5대 은행, 건전성 관리 '경고등'···상반기 부실채권 2.2조 털어냈다
5대 은행, 건전성 관리 '경고등'···상반기 부실채권 2.2조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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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매각 규모 전년比 2.2배···3∼4년 만에 최대
연체율 하락 '착시'···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고객들이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리 상승, 경기 침체 여파로 대출 연체율 등이 빠르게 높아지자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상·매각 규모만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개별 은행에 따라 3∼4년 내 최대 규모로 상·매각 처리가 이뤄졌다. 올해 들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는 의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 2조213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고정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상·매각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9907억원)의 2.23배에 이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3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2분기(5709억원)의 2.38배인 1조3560억원어치 부실채권이 대거 상·매각됐다. 이는 올해 1분기(8570억원)보다도 58% 많은 규모다. 올해 들어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면서 은행들이 공격적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 가운데서는 올해 2분기 상·매각 규모가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큰 경우가 있었다. 또 매각 규모가 시계열 자료가 존재하는 2017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자산은 줄지만 부실채권 규모가 감소하면서 연체율이나 NPL(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은 낮아진다. 손익계산서상 경우에 따라 부실채권 매각이 이익 또는 손실로 잡힐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의 단기적 처리 과정일 뿐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이익에서 떼어 충당금을 많이 쌓아둬야 한다는 의미다.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수익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달 대규모 부실 채권 상·매각의 영향으로 5대 은행의 연체율과 NPL 비율 등은 다소 떨어졌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단순 평균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가계대출 0.25%·기업대출 0.32%)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5월 말의 0.33%(0.29%·0.37%)보다 0.04%p(포인트) 낮다.

NPL비율도 한 달 새 평균 0.30%에서 0.25%로 0.05%p 하락했지만,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0.09%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지난해 6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NPL 비율은 각 0.17%, 0.04%, 0.22%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2%p, 0.05%p, 0.03%p 낮았다.

여기에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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