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뺏길라"···수신경쟁 재점화에 저축銀 '좌불안석'
"고객 뺏길라"···수신경쟁 재점화에 저축銀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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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으로 '역머니무브' 본격화 조짐···유동성 위기 우려 가중
단기 예금상품 출시···이자부담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 분주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재점화 조짐에 저축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로 받았던 대규모 예금만기가 올해 하반기 돌아오는 상황에서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재예치에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러기엔 조달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단기 예금상품을 출시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며 수신금리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연 4.2% 금리가 적용되는 9개월 만기 상품 '9개월 회전정기예금'을 출시했다. 비교적 짧은 만기를 통해 이자지급 시점을 앞당겼고, 예치기간 중 3회까지 분할해지할 수 있어 자유롭게 목돈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JT저축은행도 이달 1일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최대 1.75%p(포인트) 인상했다. 대면 가입 시 6개월 만기 기준 연 4.2%의 금리를, 비대면 가입 시 최대 연 4.3%의 금리를 적용한다. 다올저축은행도 지난달 최고 4.3% 금리가 적용되는 6개월 만기 'Fi 리볼빙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3.03%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상품의 금리는 1.27%p 가량 높은 셈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최근 3개월 단위로 적용이율이 상승하는 '3-UP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인상, 최대 연 4.45%(1년 만기)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간별로 △첫 번째 3개월 연 2.5% △두 번째 3개월 연 3.5% △세 번째 3개월 연 5.5% △네 번째 3개월 연 5.9%를 적용하는데, 1년간 상품을 유지하면 구간 평균금리인 연 4.35%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비대면 가입 시 0.1%p의 우대금리도 적용한다. 중도 해지하더라도 가입 경과 기간에 따라 약정금리를 보장하는 만큼 금리 변동시기에 유리한 상품이란 설명이다.

OK저축은행도 파킹통장 '읏백만통장2'의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100만~500만원 잔액은 기존 최고 연 3.5%에서 4.0%가, 500만~2000만원 잔액은 기존 최고 연 3%에서 3.5%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밖에 HB·대백·유니온·참·키움YES저축은행 등의 정기예금이 최고 연 4.5%(1년 만기)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를 높이는 것은 수신고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상품의 만기가 하반기 도래하면서 수신잔액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금리 상승세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저축은행 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는, '역머니무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날 기준 국내 주요 은행들이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5~4.1% 수준이다. 같은날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평균금리가 연 4.04%인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업권의 금리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0조7070억원 증가해 역머니무브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고금리 예금을 대거 유치한 여파로 올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또다시 은행권과 수신금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자비용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기가 짧은 상품을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유동성 리스크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단기 상품은 이자제공 기간 자체가 길지 않아서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전략 상품"이라며 "통상적으로 연말에 만기가 가장 많이 도래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만기를 분산하고 비용부담도 낮출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 경쟁에 나설 여력이 없는데, 동시에 수신고도 지켜야 하는 어려운 시기"라며 "당분간 단기 상품에 금리를 얹어주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임시방편이라 유동성 우려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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