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연체율 일제히 상승···'빨간불' 켜진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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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 대출 부실 누적···2금융권 급등 추세
PF 부실 영향···9월 이자유예 종료 '첩첩산중'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그룹의 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는 등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고, 코로나19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부실 청구서가 무더기로 날아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계열 은행·카드사의 올해 1분기 대출 연체율이 모두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은행·카드사 연체율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본격 시작된 지난 2020년 대폭 하락한 뒤, 약 3년간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해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시행된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실제 연체상황이 건전성 집계에 잡히지 않는 '착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권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착시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잠재부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는데,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 상승세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16%에서 지난 3월 말 0.2%로 0.0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22%에서 0.28%로 0.06%p, 하나은행은 0.2%에서 0.23%로 0.03%p, 우리은행은 0.22%에서 0.28%로 0.06%p 각각 올랐다.

카드사 연체율 상승 속도는 훨씬 가파르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0.92%에서 1.19%로 0.27%p, 신한카드는 1.04%에서 1.37%로 0.33%p 상승했다. 하나카드는 0.98%에서 1.14%로 0.16%p, 우리카드도 1.21%에서 1.35%로 0.14%p 악화됐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높고, 취약차주 이용률이 높아 부실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이 문제다.

또다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모두 악화되는 추세다. NPL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의 비율을 뜻하는데, 해당 금융회사의 대출 부실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1분기 NPL비율은 0.23%, 1.21%로 전분기 대비 각각 0.03%p, 0.2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NPL비율은 0.04%p, 0.25%p 오른 0.28%, 1.17%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1분기 NPL비율은 전분기와 같았다. 다만,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NPL비율이 0.8%로 0.13%p 악화됐다.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 NPL비율이 전분기와 같았지만 우리카드에서 0.17%p 악화되며 0.98%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오르는 주된 배경으로는 부동산PF 부실이 꼽힌다. 4대 금융 재무담당 임원들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부동산PF 부문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추세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11조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의 경우 PF 대출 중에서도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을 총 여신의 2%(8조8000억원)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이 1075억원, 연체채권은 1900억원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브릿지론을 포함해 총 7조9000억원의 PF대출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비은행 계열사에서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이 15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PF 익스포저가 총 3조4000억원(본PF 2조9000억원·브릿지론 4800억원)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는 데 있다. 그동안 이자유예 지원을 받았던 대출자들은 오는 10월부터 정상적으로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연체율 집계에 잡히지 않았던 잠재부실이 일괄 반영돼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만기연장을 이용 중인 차주는 53만4000명, 124조7000억원 규모다. 상환유예를 이용한 차주는 3만8000명, 16조7000억원 규모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올해 1분기 충당금을 대거 쌓은 금융그룹들이 추가 충당금 적립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철수 KB금융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금융권 화두가 PF 대출인 만큼 전사적 차원에서 계열사가 대응하고 있다"며 "대주단 협약, 정상화 연착륙이 관건인데 사정이 안좋아지거나 진행이 더디면 필요에 따라 충당금 추가 적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리스크관리부문(CRO) 부사장도 27일 실적 콘콜에서 "부동산 PF, 특히 브릿지론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2~3분기 정도에 충당금을 더 보수적으로 쌓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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