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에다 은행권 경쟁 촉진까지···설 곳 잃은 지방은행
수익 악화에다 은행권 경쟁 촉진까지···설 곳 잃은 지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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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간담회서 '중기의무대출 비율 완화' 건의
지역산업·부동산경기 침체기···건전성 지표 악화
이달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달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역경기·부동산시장 둔화로 수익성·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지방은행들이 당국에서 추진 중인 '은행권 경쟁 촉진'으로 이중고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전방위적인 은행권 경쟁 촉진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자본력에서 우위를 점한 시중은행들에 오히려 자금이 쏠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은행장 간 회동자리에서 지방은행장들은 "은행권 경쟁촉진이 시중은행 대비 규모·자본이 작은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간담회에는 방성빈 부산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와 지역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수성 때문에 자산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어렵고, 서울·수도권 및 전국에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들과 자본력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총자산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끼리의 '무한경쟁'이 시작되면 자본력과 영업망이 크지 않은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권의 우려다. 시중은행과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지방은행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번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방은행장들은 당국에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시중은행 40%·지방은행 60%) 합리적 개선 △지역중소기업 대출 활성화 지원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방은행 공동대응 활성화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 중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이란 은행 원화대출 증가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로 채우도록 한 제도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의무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지만 그만큼 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타격을 받은 지역 중소기업이 크게 늘면서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경남은행을 제외한 부산·대구·전북·광주은행 등 지방 4개 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모두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지방은행의 건전성은 시중은행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과 평균 NPL비율은 각각 0.4%, 0.43%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수치 0.2%, 0.21%보다 월등히 높다.

현재 당국은 주요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을 해소하고자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러한 지방은행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수도권 거점을 강화하려면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규제 완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기업대출 비율이 훨씬 높은데, 가계 차주보다 기업 차주들이 경기 변동성에 더 민감하다 보니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기업대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커졌다"며 "당국도 은행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은행을 키우겠단 방침인데, 그러려면 (중기 의무대출비중 완화와 같은) 현실 가능한 방안부터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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