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인상 자제' 당국 요청에도···수신 경쟁 '점입가경'
'예금 금리 인상 자제' 당국 요청에도···수신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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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금쏠림 현상에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 자제" 주문
시중은행 1년 예금 연 5% 돌파···저축은행 '연 7%' 눈앞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추가 과당경쟁 불가피" 전망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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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권의 예·적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 당국도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 자제를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고객 수신에 매달리자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려는 조치다. 다만 당국의 제동에도 금융권의 수신경쟁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는 대신 예금 금리 올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도 이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 과당경쟁 분위기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7개 은행 담당 부행장과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은행권으로의 시중자금 쏠림현상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이 은행권에 과도한 예·적금 금리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일부 은행이 공격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 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20개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한 바 있다.

당국이 수신금리 경쟁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은행권만의 얘기는 아니다. 자금을 빨아들이는 시중은행에 위기감을 느낀 저축은행이 고금리 특판을 연이어 출시하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지나친 예·적금 금리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당국의 우려대로 금융권에선 자금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실제 시중은행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5%대 예금이 나왔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이 지난 주말 연 5.18%의 금리를 적용하면서다.

우리은행이 시장금리를 반영해 매일 예금 금리를 조정하고 있어 이 상품의 금리는 이날 현재 연 4.98%로 떨어졌으나, 연 5%대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대표 상품인 'NH올원e예금'은 이날 기준 1년 만기상품에 연 5.10% 금리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연 5.01%를 적용 중이다.

시중은행이 연 4~5%에 달하는 예·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에는 56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다 은행의 시중자금 흡수 흐름은 저축은행업계의 조바심을 키웠다. 자금 조달난 우려가 커진 저축은행들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금리 노마드족'을 붙잡고자 특판까지 동원해 수신금리를 올린 것. 이날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6%로, 평균 금리는 5.49%까지 치솟았다. 1년 전(2.27%)과 비교했을 때 3.22%포인트(p)나 급등한 수치다.

문제는 당국의 제동에도 금융권의 과당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당장 이달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예정인데다 '돈맥경화' 해소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있는 은행권의 예·적금 유치가 불가피해서다.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수신금리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한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려 소비자를 유인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조만간 연 7%대 정기예금 출시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고금리를 제시해야 예수금 확보를 할 수 있는 터라 당국의 과당 수신경쟁 자제 경고에도 수신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2금융권의 자금유동성 위기 초래는 물론이고,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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