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땜질식 간섭'에 난감한 은행권···기준금리 인상에도 '눈치만'
당국 '땜질식 간섭'에 난감한 은행권···기준금리 인상에도 '눈치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적금 금리 인상 '감감'···'예·대금리차 공개' 취지 무색
당국 '은행채 발행·금리경쟁' 자제 경고에 조달 길 막혀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리 인상 흐름을 타고 예·적금금리를 앞다퉈 올렸던 은행권이 정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엔 잠잠한 모습이다. 지난 기준금리 인상 당시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금리경쟁에 재차 경고를 보내면서 수신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금리에 반영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시장 분위기와 다른 은행 동향을 살피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번엔 수신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신금리를 많이 올렸기 때문에 이미 금리가 선반영된 부분도 있고, 금리경쟁을 펼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서 시장 분위기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지금은 금리인상 시기의 문제보다는 올릴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것은 금융당국이 금리경쟁을 자제해달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자금경색과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왔다며 재차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오전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채 발행에 이어 수신금리 경쟁 자제령까지 연달아 내려지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권은 난감한 눈치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수신상품을 통한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양 쪽을 모두 틀어 막은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가 발표한 9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책의 경우 대부분을 은행이 떠안고 있어 여유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조달길이 막히면서 시장 적시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달 20일 발표되는 예대금리차 공시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속적인 긴축 기조로 대출금리 상승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예대금리차는 벌어지게 된다.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고자 수신금리를 올리며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섰던 은행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올려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공시 제도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 충격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급하게 틀어막으려는 금융당국의 '땜질식 조치(시장 개입)'가 금융권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워낙 비상 상황이었던 것은 알지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 방안 없이 그동안 금융사들이 해오던 것을 무작정 하지 말란 식의 조치가 몇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피로도가 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되자 은행 간 은행채 인수 등 유동성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 내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유동성을 서로 공급하는 방안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자금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인데, 은행 안에서만 자금이 돌고 도는 것은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서 빼서 왼쪽 주머니에 넣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각 은행들이 LCR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서로 은행채를 사고팔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