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부회장 대신 사장 두 명···손태승 색깔 강화·후계구도 다원화
우리금융, 부회장 대신 사장 두 명···손태승 색깔 강화·후계구도 다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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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효율·지배구조 안정화 차원
박화재·전상욱 후보, 조력자 역할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 이어 지주 내 사장직을 신설하면서 권력구도를 재편했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오며 손태승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원덕(60) 수석부사장을 우리은행장으로 낙점하면서 손 회장의 색깔이 한층 짙어졌다는 평이다.

특히 사장직제를 도입, 기존 '회장-행장'에서 '회장-행장-사장' 체제로 구축했다. 이 내정자와 우리은행장을 놓고 경쟁했던 박화재(61) 집행부행장과 전상욱(56) 부행장보를 각각 사장으로 앉히며 인사에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차기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이원덕 부사장을 낙점했다. 이 내정자는 당초 업계 안팎에서 강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지난 2017년 우리금융 출범을 위한 사전 작업부터 출범 이후 지주 내 굵직한 전략 방향을 설정하며 지주의 뼈대를 세운 이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손 회장의 복심으로 불린다.

지난해엔 지주 업무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승진, 손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한 만큼 그가 행장으로 내정된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임기 역시 권광석 행장에겐 1년 단위로 부여했던 것과 달리 이 내정자에게는 처음부터 2년 임기를 보장했다.

수석 부사장에서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우리금융은 '손태승-이원덕' 체제가 완성됐다. 우리금융 전체로 볼 때 이 내정자가 손 회장 다음으로 의전 순서가 높은 공식 2인자로 올라선 것이다. 우리금융이 금융지주사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상황에서 손 회장과의 원팀 시너지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손 회장 체제에 색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왼쪽부터),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 (사진=우리금융)<br>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왼쪽부터),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 (사진=우리금융)

우리은행장 교체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사장직 신설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행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박화재 부행장과 전종욱 부행장보를 조만간 지주 사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사장직을 새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이 지난해말 3일 부회장 체제를 가동한 것과 대비된다. 하나금융도 부회장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장직제 신설에 대한 표면적인 배경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와 계열사 시너지 확대'다. 지주 사장들이 지주와 자회사 간 원활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이 지배구조 실험을 가동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보다 무게감 있는 직급을 마련해 지배구조 안정화를 비롯해 차기 회장 승계를 염두에 둔 작업에 나섰다는 것.

실제 기존 수석부사장보다 한 직급 높은 사장직제가 도입되면 우리금융의 직급은 지주 회장-은행장-지주 사장 순으로 의전 순서가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타 금융지주는 부회장을 두고 차기 후계자 경쟁구도를 형성했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사장이 은행장과 차기 회장 경쟁에 나서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주가 성장하면서 추진·관리할 부분이 많아 사장직제가 도입된 것 같다"면서 "6대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지주의 지배구조를 견고히 다지자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행장과 전 부행장보는 각각 지주 내 영업 부문장과 전략·디지털 부문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들의 개개인 역량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1961년생인 박 부행장은 우리은행 내 공식 '여신 전문가'다. 1980년 옛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42년간 여신부문에서 전문성을 키워 온 박 부행장은 2019년 여신지원그룹 부행장보를 거쳐 2020년 집행부행장으로 승진해 여신지원그룹을 이끌었다.

1966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인재인 전 부행장보는 한국은행과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외부 인재다. 2011년 우리금융경영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며 우리금융과 연이 닿았는데, 연구소에서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등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는 점에서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 내정자와 달리 두 인물은 각각 상업은행, 외부출신 인사지만, 손 회장과의 관계도 좋다는 후문이다. 전 부행장보의 경우 실력을 인정받아 손 회장이 2019년 말 우리은행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직접 불러들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차기 회장 경쟁 구도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사장직이 신설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사업부문간 협업과 시너지를 확대해 손 회장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이 그룹성장에 기여한다면, 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공고하게 구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장직 신설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한층 단단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차기 회장 승계를 위한 작업인 동시에 손 회장을 보좌하는 인물이 늘어난 것으로, 회장 장악력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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