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잇달아 부회장·사장직 도입···지배구조 안정화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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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사장직 신설···박화재·전상욱 선임
KB금융, 부회장 3인체제···치열한 후계경쟁 예고
과거 외풍 딛고 후계구도 투명화···ESG경영 일환
(윗줄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예정자, 전상욱 사장 예정자 (사진=각 사)
(윗줄 왼쪽부터) KB금융지주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예정자, 전상욱 사장 예정자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기존에 없던 부회장직과 사장직을 신설하며 집단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주의 새로운 '2인자' 자리는 세부 사업부문을 이끌면서 전문성을 기르는 동시에 그룹 업무 전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파악하며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위치다.

부회장·사장직 신설은 후계구도를 투명하게 해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없애고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G(지배구조)' 부문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ESG경영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일 사장직제를 도입하고, 그 자리에 박화재 우리은행 부행장(여신지원그룹)과 전상욱 부행장보(리스크관리그룹)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 부행장과 전 부행장보는 차기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 이원덕 행장 내정자와 경합을 벌이던 인물들로 새로운 자리에서 그룹에 기여할 적임자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완전민영화에 성공한 만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 그룹 성장에 주력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신·리스크관리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이같은 계획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사장직 신설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지주 산하에 사장직을 신설한 만큼 핵심계열사 수장인 우리은행장과 더불어 후계 경쟁에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란 평가다.

KB금융지주는 2020년 말 부회장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말 2명의 부회장을 추가로 임명하며 부회장 3인체제로 재편했다. 가장 먼저 부회장 직함을 단 양종희 부회장(전 KB손해보험 사장)과 허인 부회장(전 KB국민은행장), 이동철 부회장(전 KB국민카드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그룹 사업부문을 4개 비즈니스 그룹체제로 재편하고, 이들 부회장들에 각 사업부문 총괄을 맡겼다. 양 부회장은 디지털·IT부문을, 허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자산관리(WM)·연금부문·중소기업(SME)부문을, 이 부회장은 글로벌·보험부문을 맡는다. 여기에 그룹 내 핵심 인재로 뽑히는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총괄부문장)가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CIB)부문을 담당하기로 했다.

이들 부회장과 박정림 부문장이 그룹 경영의 주요 축을 각각 담당하게 된 만큼 '포스트 윤종규'를 둘러싼 4인의 후계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일찍이 후계경쟁을 펼치며 차기 회장 자질을 투명하게 검증받도록 한 것도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과거 금융그룹들은 특히 관치금융이나 외풍에 많이 시달렸던 탓에 내부 갈등을 봉합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최근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으니 이 기회에 후계자 구도를 탄탄하고 투명하게 해보자는 취지인데, 지배구조가 안정화됐다는 측면에서 거버넌스(G·지배구조) 부문이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회장·사장직 신설에 따라 후계구도가 한층 명확해진 만큼 이들 후보군에 대한 리더십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후계구도가 미리 정해졌다는 것은 경영권 안정, 연계성, 지속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경영권의 역동성이란 개념 속에서 보면 안 좋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부회장·사장직 신설 자체의 의미보단 새로운 자리가 만들어진 이후 내부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는지, 리더십 검증은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이사회 독립성은 보장되는지 등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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