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사중고' 오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사중고' 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금리·고부채·고물가·고환율 신흥국 금융에 '악영향'
韓경제·금융, 부채부담 높고 불확실성에 취약한 구조
"거시건전성·통화정책 연계해야···한은 대처도구 필요"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이 한국금융연구원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이 30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세계경제가 위드코로나 시대(단계적 일상회복)로 넘어가면서 금융 조건들이 경색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금리·고부채·고물가·고환율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인데, 세계경제·금융시장과 연동성이 큰 한국경제에도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30일 모리스 옵스펠드(Mauric Obstfeld)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19 이후 국제금융시스템'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과 경제에 취약점으로 높은 공공부채,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꼽았다.

세계경제가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유동성 확대 정책을 시행하면서 위기에 빠지는 것은 막았지만, 금융불균형에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긴축 전환시기가 도래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거세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세계 금융시장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머징 국가들은 글로벌 팽창기조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원활한 차입이 가능했고 자본의 흐름도 상대적으로 유연했다"면서 "그러나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긴축기조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이들 국가의 공공부채 부담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동시에 최근 보이고 있는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이머징 국가의 취약성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중에는 부채 내 달러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환율이 상승하면 부채 부담도 그만큼 가중되기 때문이다. 

부채부담이 높은 우리나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6년 한국의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7%로 예상됐다.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 비율보다 15% 이상 급증한다는 전망인데, 일반정부 국가채무가 10%대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가계부채 문제도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에 걸림돌로 지적됐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부채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 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증가폭은 전세계 최대 수준이다. 

장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과거 평균 경제성장률이 10%대에 육박하다가 2010년 이후 성장률이 고작 2~3%대에, 잠재성장률도 2%대에 머물르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을 악화시키는 이유에는 급격히 늘어난 부채와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은 팬데믹 기간 중 부채가 30% 이상 급증한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상승률의 급증세는 한국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결국 한국경제가 이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2045년 잠재성장률이 -0.56%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뇌관으로 꼽히는 부채뿐만 아니라 물가, 금리, 환율 모두 치솟는 이른바 '3고(高)' 현상을 겪고 있다. 3고 현상이 지속되면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금융안정성 관리와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관성있는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축해야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이를 위한 적절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은행 역할은 법규에 명시적으로 '금융 안정성'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금융 안정성을 위한 적절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거시적인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전성 정책에서는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는데 아직까지 거시건전성 정책이 은행업에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문제"라며 "변화된 환경에 맞춰 비은행 금융권에 대한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