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막자" 신흥국들 잇단 금리인상···美 테이퍼링 선제 대응
"금융위기 막자" 신흥국들 잇단 금리인상···美 테이퍼링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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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터키·러시아 등 금리↑···"인플레이션 우려·자본이탈 차단"
美, 고용 회복·인플레 우려↑···연준 위원들, 조기 테이퍼링 강조
"韓, 신흥국 대비 경기 펀더멘탈 강해···과거 충격보단 덜 할 듯"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세계 주요 신흥국들은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차원도 있지만,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개 테이퍼링 전후로 신흥국들은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곤 한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예상해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을 매각하고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는다. 신흥국 입장에선 달러 유출로 이어지게 되고, 심할 경우 외환위기까지 벌어질 수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재 연간 4.25%에서 5.25%로 1%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3·5·6월 각각 0.75%p씩 올린 데 이어 4번째 인상에 나선 것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가파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도 한 이유다.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이 연율로 8.35%에 달하는 등 기준치(3.75%)를 크게 웃돌았고, 브라질 당국은 신속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며 부랴부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터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터키는 계속된 금융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연 8.25%에서 현재 연 19%로 1년 만에 무려 10.75%p 뛰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8.95% 올랐다. 터키는 지난해 373억달러, 올해 1분기 78억7000만달러의 경상적자를 이어가는 등 경제 펀더멘탈도 좋지 못하다. 경상적자는 곧 외화유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테이퍼링이 조기 실현될 시 터키 경제의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 밖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1.0%p를 인상해 현재 연 5.5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도 지난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0.25%P 인상해 기존 4.25%에서 4.5%로 올려잡았다.

이처럼 주요 신흥국들이 금리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자국의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 테이퍼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가르키는 방향은 모두 '통화긴축'을 향해 있다.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미국 고용·실업지표는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물가지표는 높은 수준을 웃돌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에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간 코로나19 충격을 억제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실시했던 '제로금리'를 되돌리고,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 과열된 시장을 제어하고자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의 선결 조건으로 언급한 고용지표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고용보고서에는 7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94만3000건을 기록하면서 시장 컨센서스(87만건)를 넘어섰다. 미국 내 비농업고용지수는 경제활동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지출과 연동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또한 소비자물가(5.4%)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37만5000건으로 3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1조달러가 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인프라 투자 법안까지 가시화되자 조기 테이퍼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결 위원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총재 등이 테이퍼링을 주장하고 나선 데 이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던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연내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테이퍼링에 대한 공포는 과거 '탠트럼(긴축 발작)'의 경험에서 나온다.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필요성을 주장했다. 테이퍼링 개시를 직접 언급한 직후 달러 가치는 수직 상승했지만, 신흥국의 12%는 자본유출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인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금융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6월 한 달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행렬로 5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이 빠져 나갔고, 20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도 1790선까지 급감했다. 다만 충격은 과거 수준보단 덜 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2년부터 테이퍼링이 개시된다면 신흥국 환율과 주가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중국 위안화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통화긴축 국면에서 선진국 대비 약세를 보이겠지만, 신흥국과 비교해선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내에서는 한국경제의 통화가치, 경기 펀더멘탈 등은 더 단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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