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60원 뚫었다···"코로나 재확산·반도체 업황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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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2원에 마감···10개월 만에 1160원대 진입
"경기 우려 지속···1170원대 가능성 배제 못해"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현황판에는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뚫어냈다. 마감 기준 1160원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추이가 가라앉지 않은 것은 물론, 반도체 업황이 최고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 행렬이 끝없이 쏟아진 탓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8원(0.41%) 오른 달러당 1161.2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6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0월7일 1161원을 기록한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고점과 저점 간 차이도 8원으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은 물론, 일주일 전과 비교해 무려 19.1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날 환율은 2.4원 갭다운 출발한 1154원으로 시작해 종일 오름세를 이어갔다. 개장과 동시에 1156~1157원 올라선 환율은 오전에 1159원을 넘어섰고, 오후 들어 1160원도 돌파하더니 장중 한 때에는 최고 1162원까지 올라섰다.

대외적 여건은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환율 수급에 강하게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24포인트(0.38%) 내려간 3208.38에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1조876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으며,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가져갔다. 특히 하루 순매도 금액은 지난 5월 12일(2조7046억원) 이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중 최저치의 주가를 기록했다. 이번 주 4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무려 5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 규모인 4조4472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우선 델타 변이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예상보다 확산 추이가 심각하게 흘러가자 원화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코로나19 특수로 증가했던 컴퓨터 등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반도체 관련 주식의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황의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우려도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수급적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은 "외국인의 일방적인 주식 매도 행렬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환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라면서 "1154~1156원 선에서 내놓고자 했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1160원선으로 올려 잡으면서 결제 수요(달러 매수)는 늘어나는데 네고는 나타나지 않아 환율이 1160원도 뚫어냈다"고 설명했다.

역외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도 여전하다. 역내 원·달러 환율 만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역외 환시에서도 호주 달러화, 중국 위안화 등도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선 10월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는 곧 세계 경기를 위축시키고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불러올 전망이다. 원화와 동조 현상(커플링)이 강한 위안화도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등 신흥국들의 자금유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 및 호황기가 끝을 맞이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아직까지 펀더멘탈이 견조해 환율이 더욱 위로 올라서긴 어렵다는 관측 등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차장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어정쩡하게 나오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지 않으면서 한 두 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매도세가 과하게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코로나19 및 경제지표 둔화 등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1170원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상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커플링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위안화의 경우 큰 폭의 움직임이 없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외국인 매도세 진정 시 1161원을 넘어서는 고점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주 강한 흐름은 또 아니며, 국내 경기 펀더멘탈도 아직까진 양호해 상방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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