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퇴직연금'으로 好好···"대형사 그들만의 잔치"
저축은행, '퇴직연금'으로 好好···"대형사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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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진출 2년여 만에 10조원 돌파
페퍼·OK·SBI저축은행이 전체의 41%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퇴직연금이 저축은행 업계의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높은 금리' 덕에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여 만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유치했다.

상품 판매를 위한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데다 장기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되다 보니 대형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다만 저축은행 간 취급액 편차가 벌어지면서 대형사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모양새다.

13일 업계와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퇴직연금 예·적금 잔액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9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저축은행 예·적금도 퇴직연금 운용대상에 편입된 지 2년여 만이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8년 말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엔 10조원을 돌파했다. 10개월 새 4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예·적금 잔액이 86조7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퇴직연금이 저축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안정성 덕분이다. 정기 예금 금리가 1% 초반대로 내려앉은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정기 예금 금리는 2%대까지 형성돼 있다.

실제 페퍼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 금리의 경우 확정급여형(DB형)은 12개월 기준 2.35%, 확정기여형·개인형퇴직연금(DC/IRP형)은 2.1% 수준이다. OK저축은행은 1년짜리 DB형과 DC/IRP형이 각각 2.2%, 2.0%이며, SBI저축은행은 각각 2.0%, 1.7%로 책정됐다.

시중은행의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반 예·적금을 제외하고 저축은행별로 5000만원까지 예금 보호도 된다. 수신액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이유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효자 상품 중 하나다. 상품을 내놓으면 판매·관리는 자산운용사가 맡기 때문에 마케팅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자금운용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저축은행들은 퇴직연금의 흥행을 반기고 있다. 통상 고객은 금리 변동에 민감해 1년 단위로 예·적금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으나,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이 길게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수신 상품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부채로 잡히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장점이 뚜렷하다"라며 "우선 상품을 내놓기만 하면 판매비가 들어가지 않는 데다 돈을 길게 묶어둘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다만 퇴직연금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저축은행은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려면 최소 'BBB-' 이상의 신용등급을 획득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저축은행이 많지 않아서다.

저축은행 간 취급액 편차도 큰 편이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25곳 중 뚜렷한 실적을 나타내는 곳은 페퍼저축은행, O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 3곳 정도다.

지난달 말 기준 취급 규모는 페퍼저축은행이 1조7000억원,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이 각각 1조4380억원, 1조383억원을 기록했다. 3개사의 취급 규모가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이들 저축은행의 선두 다툼은 치열하지만, 나머지 저축은행은 명함조차 못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정작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는 곳은 대형사들뿐이다. 이들 간의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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