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청약업무 감정원 이관 난항···일정지연 불가피
'국회 파행' 청약업무 감정원 이관 난항···일정지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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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 처리 법안 계류···2~3월 청약시장 혼란 우려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청약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청약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아파트 청약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 청약 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파행으로 인해 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달부터 청약업무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연초 분양을 계획했던 수만가구의 분양물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으로 주택 청약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본회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5일과 6일 각각 국회 교통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한 달여동안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청약업무는 청약자가 자신의 가점을 청약자격과 순위, 가점 등을 직접 입력해 확인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청약 자격 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했다. 실제로 무주택 기간이나 주택 소유 여부 등을 잘못 기재하거나, 재당첨 제한 또는 공급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발생한 부적격자가 지난 5년동안 16만명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는 산하 감정원으로 주택청약 업무를 이관해 사전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했다. 같은 맥락에서 비금융기관인 감정원에서 금융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도 함께 발의됐다. 또한 현재 금융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DB)를 제외하면 감정원으로의 업무 이관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작 국회 내 법안처리가 늦어지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감정원은 내달부터 업체들로부터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받아 청약업무를 진행해야 하지만, 현행 법률에 따르면 비금융기관인 감정원은 청약자들의 금융정보를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결제원은 공지를 통해 이달 말일까지 주택청약업무를 순차적으로 종료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늦게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개정안이 당장 본회의에 통과된다고 해도 공포되기까지는 1~2주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며, 가상의 금융정보를 생성해 시스템을 테스트 중인 감정원에서는 실제 금융정보를 들여와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와 감정원, 금융결제원 등 해당 기관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의견을 조율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변경고시를 통해 업무 이관을 재차 미룬다거나, 금융결제원에서 일정 기간동안 업무를 연장하는 내용 등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안 통과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현재 협의체를 통해서 상호 간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각 기관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빨리 돼야겠죠"라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도 "업무 이관 준비는 수차례 테스트를 통해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것보다 가장 좋은 것은 법안이 통과돼 계획대로 업무 이관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 지연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 청약자들에게 돌아올 전망이다. 설연휴 전후로 비수기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달 셋째 주부터 분양 일정은 끊길 전망이며, 다음달 이후로 예정했던 건설사들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2~3월에 예정된 분양물량만 4만9000여가구에 달하며, 이는 올해 분양계획 32만6000여가구에 15% 수준이다. 4월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유예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도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면서도 "이관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관련된 계획을 전혀 세우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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