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스템 개편 '무색'···과천·수원, 부적격 미계약 물량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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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당첨 물량 100여가구 넘게 나와···복잡한 절차에 '묻지마 청약' 원인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청약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청약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부적격·미계약 당첨을 줄이기 위해 청약시스템 이관 및 개편이 진행됐지만, 인기 청약단지에서도 여전히 많은 예비당첨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또분양'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청약을 넣는 사례도 있었지만, 복잡한 청약제도와 2% 부족한 시스템 거름망 탓에 마냥 수요자만 나무랄 수도 없는 실정이다.

2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예비당첨자 추첨을 진행한 경기 과천과 수원 단지 등에서 각각 100여가구가 넘는 예비당첨(부적격·미계약) 물량의 계약이 진행됐다. 이 단지들은 지난 2~3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지만, 부적격 및 미계약 등의 사유로 전체 가구 가운데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20%가 넘는 잔여 물량이 발생했다.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전체 1795가구의 분양물량 가운데 13.1%(236가구)가 예비당첨 물량으로 나왔다. 최소 10명 중 1명은 부적격 또는 계약포기 등의 이유로 예비당첨자에게 넘어갔다. 공공분양으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웠던 과천시 갈현동 '과천제이드자이'에서도 많은 예비 물량이 쏟아졌다. 전체 분양 647가구 가운데 무려 22.7%에 달하는 147가구가 당첨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포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4~2019년 5년동안 전국에서 분양된 152만6563가구 중 10.5%인 16만506가구는 청약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또한 대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가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부적격·미계약 물량을 줄이기 위해 산하 기관인 감정원으로 청약업무를 이관시키고, 사전검증 절차 등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생소하고 어려운 청약 용어에 따른 오류, 시세차익을 노리는 무리한 청약 시도와 2% 부족한 청약지원 거름망 탓에 여전히 잔여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

부적격 가구에 해당됨에도 청약가점을 혼동해 잘못 입력했거나 기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한, 두 번의 청약 지원에 그치기 때문에 전문적인 청약 용어들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에서 청약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주택청약 및 공급규칙 FAQ 공지' 문건의 경우 분량만 A4용지 153장에 달하며, 청약제도는 지난 1978년 시행된 이래 무려 140여차례 개정된 바 있다.

게다가 시세차익에 욕심을 낸 '묻지마 청약'도 적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를 노리고 무리하게 청약을 신청했다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과천제이드 자이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 2195만원 수준으로 평균적인 과천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반절에 미치지 못한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 팀장은 "투기과열지구, 분양가상한제, 거주기간 등 청약 조건이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특히 갈수록 높아지는 집값에 비해 분양가는 되레 낮아지면서 청약 과열 양상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투기를 조장하게 되고 수요자들의 실수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약시스템 역시 완전하지 않다. 지난 2월 청약시스템이 한국감정원 '청약홈'으로 이관되면서 입주자가 청약 자격 및 주택소유 여부, 재당첨 제한 등을 파악할 수 있게 개편됐지만, 여전히 특별공급 지원에 필요한 항목인 '소득 정보' 확인은 어렵다. 청약업무 이관 당시 취급 방안이 논의됐지만, 감정원에 과도한 개인 정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빠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공급과 관련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소득정보와 재산정보를 사회보장원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현재는 감정원이 관련 데이터를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적격 사례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정보 취급에 대한 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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