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업 '지각변동' 예고···'메기' 등장에 긴장감↑
부동산 신탁업 '지각변동' 예고···'메기' 등장에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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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 중인 부동산 신탁사. (자료=각 사)
현재 운영 중인 부동산 신탁사. (자료=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그들만의 리그'였던 부동산 신탁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영자산신탁과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3곳이 10년 만에 새 부동산 신탁사 인가를 받을 후보로 선정되면서다.

업계는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가 부동산 신탁 시장에 '메기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작 기존 신탁사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보단 경쟁 심화, 인력 유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 신영자산신탁·한투부동산신탁·대신자산신탁 인가 후보 선정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신영자산신탁(가칭), 한투부동산신탁(가칭), 대신자산신탁(가칭) 등 총 3곳에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는 6개월 이내에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 개별적으로 본인가를 신청하고, 금융위는 금감원 확인 과정 등을 거쳐 본인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3곳의 본인가가 이뤄지면 부동산 신탁회사는 11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난다.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들이 부동산 신탁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길 원하는 증권업계와 새 시장 창출을 기대하는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사가 그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 개발을 맡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28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영업이익률도 60%를 넘어선 만큼 '알짜 사업'으로 꼽히지만, 2009년 이후 11개사가 과정하는 구조가 이어져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신탁 시장에 진입하게 된 금융회사들이 기존 시장의 과점 구도를 깨는 동시에 경쟁사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메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선정된 3곳은 각자 혁신적인 사업계획을 내세웠다. 신영자산신탁의 경우 신탁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과 분양, 임대, 관리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 계획이 인정받았다. 

금전과 부동산이 연계된 종합재산관리 능력이 신탁 시장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아울러 한투부동산신탁은 부동산신탁과 핀테크·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하는 서비스를, 대신자산신탁은 도심 공원과 창업클러스터 조성 등 공공성과 확장성에 중점을 둔 사업계획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 기존 신탁사, 인력 유출 '경고등'···경쟁 심화 예고

금융위의 발표에 부동산 신탁업계는 '울상'이다.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 심화는 사업 및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우려되는 점은 '인력 유출'이다. 한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신규 신탁사 3곳이 본인가를 받으면 인력 유출이 먼저 일어날 것"이라며 "보통 스카웃이라는 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마련인데,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이미 인가를 준비 중인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직원이 여럿 있는 걸로 안다"며 "이 기회에 몸값을 높이려는 직원이 많아 인력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귀띔했다.

차입형토지신탁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까지 부동산 신탁업은 차입형보다는 관리형토지신탁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1개 부동산 신탁사들의 영업수익 중 관리형토지신탁 보수가 8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8%(304억원) 증가했다.

수익성을 따져보면 차입형이 가장 높지만, 리스크가 높다는 점 때문에 단순히 자금 관리만 하는 관리형이 활성화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자금 동원이 비교적 수월한 금융·증권 계열 신탁사들이 향후 차입형 신탁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외형 확장과 동시에 순위 변동까지 일어날 공산이 크다. 

다만 신규 인가를 받는 회사는 2년간 차입형 신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차입형 시장 활성화에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급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렸다"며 "여기에 올해 신규 부동산신탁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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