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건축' 딜레마…사라진 매력에 난관 봉착
'신탁방식 재건축' 딜레마…사라진 매력에 난관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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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강동구 사업 제자리걸음…"보수 높고 매력 떨어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지부진한 사업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신탁방식 재건축'이 난관에 봉착했다. 전반적으로 정비사업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데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투명한 사업 관리, 전문성 등 장점보다는 높은 수수료, 사업비 조달금리 등 단점이 더 와닿는 눈치다.

특히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을 피하려고 사업을 일부러 늦추는 상황에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한 신탁방식의 매력도가 감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광진구 자양동 일대 '대영연립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광진구청으로부터 준공인가를 받았다. 시공사 부도로 10여년이 넘도록 사업 정체를 겪은 이 단지는 코리아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지정하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 중 최초로 준공인가를 받은 사업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조합 대신 부동산신탁회사가 단독시행사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신탁방식은 지난 2016년 3월 도입됐다. 추진위 설립부터 착공까지 11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반 재건축과 달리 신탁방식은 추진위원회와 조합 구성 등의 단계를 생략해 사업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신탁방식 재건축이 뚜렷한 성과를 낸 곳은 이 단지가 유일하다. 타 단지에선 신탁방식을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탁사 단독 시행자 방식 열풍이 불었던 여의도 일대에서는 지난 2016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대교, 공작, 수정아파트 등 총 7개 재건축 단지에서 신탁 방식을 택했으나, 시범아파트만 유일하게 사업시행자 지정을 마쳤다.

나머지 단지들은 사업시행자 지정도 못하고 있는데, 이 중 대교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내홍에 휩싸였다. 신탁사의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했을 때 새 아파트의 평형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등장해서다. 노후화한 아파트를 하루빨리 재건축해야 한다는 운영위원회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동의서 철회가 필요하다는 비대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민들은 편이 갈린 상태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동구 삼익그린2차 재건축사업은 작년 초 한국자산신탁과 MOU를 체결했지만, 1년이 넘도록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처럼 신탁방식 재건축 열기가 사그라든 것은 총 사업비의 3%를 넘어서는 높은 수수료 부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업계는 신탁보수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공사비에서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임에도 주민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수정아파트, 광장아파트 등 3개 사업지에서만 발생하는 신탁보수만 800억원을 웃돌 예정이다. 규모가 큰 대단지는 신탁보수가 더욱 많아진다.

더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부담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사업 연기를 선언한 단지들이 많아, 빠른 사업 추진이 각광을 받았던 신탁방식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탁방식 재건축이 시장에 정착되기엔 문제점이 많다"며 "빠른 사업추진이 의미 없어진 최근엔 신탁비용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에는 신탁방식 재건축의 장점이 묻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단점 보완을 위해 신탁방식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오는 3월 말까지 관련 연구 용역을 끝내고 사업시행규정 표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탁사들에 유리한 사업시행 규정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로 안다"며 "마련될 사업시행규정 표준안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입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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