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수주 급락' 부동산신탁업 외형 축소 불가피
'경쟁 심화·수주 급락' 부동산신탁업 외형 축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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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에서 고전…신규 신탁사 등장 예고에 긴장감 고조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들어 부동산 신탁업계에선 불편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에 이어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분양한 오피스텔마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데다 경쟁에 가세할 새로운 신탁사 후보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경쟁 심화, 수주 급락으로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기존 중소형 신탁사의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신탁사가 청약접수를 받은 전국 11개 단지 중 청약마감에 성공한 곳은 4개 단지로 집계됐다. 나머지 7곳은 2순위 청약에서도 머릿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잔여가구가 남았다.

특히 오피스텔 분양시장에서 줄줄이 청약참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곳은 한국자산신탁의 '영종도 운서동 더예스 클라우드' 오피스텔이다. 총 440실을 모집했으나 청약에 나서는 신청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전가구 미달됐다.

하나자산신탁이 선보인 '청라 리베라움 더 레이크'는 409실 중 주인을 찾은 곳은 24실에 불과했다. 

아파트 사업지도 마찬가지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하는 '양산 양우내안애 파크뷰(257가구)'는 2순위 마감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으며, 한국자산신탁 '평택 안정리 더 맥심 힘프리스(204가구)'와 'KTX전주역 클래시아 더 스카이(319가구)'는 각각 188가구, 112가구의 미분양 물량을 남겼다. 

최근 부동산 신탁사들은 자체신용으로 자금을 차입하고, 신탁받은 토지를 개발하는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수탁고를 채워왔다. 

공격적인 사업 방식인 만큼 신탁사들은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과(당기순이익 5061억원·전년比 28.7↑)를 거뒀으나, 분양시장 침체로 인해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수수료율이 5%대로 높을뿐 아니라 일부 공사대금을 충당해야 하는 신탁사의 입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수록 부정적인 요소가 크다는 게 신탁사들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융당국의 부동산 신탁회사 신규 설립 허용 방침은 기존 신탁사들을 '좌불안석'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신규 신탁사는 2~3년간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의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심화로 인한 타격은 몸집이 큰 대형 신탁사보다 중소형 신탁사에 더 크게 와닿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A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입지가 좀 나은 곳에서 분양에 나설 계획이어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먹거리 분산, 인력 유출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롭게 부동산 신탁사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주요 회사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지주, NH금융지주 등 신탁업계에 관심을 보여온 대형 금융사와 신탁사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등이 꼽힌다.

한국신용평가는 "신탁사들의 차입형 개발 사업 대부분이 경인권 등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고, 차입형 개발신탁 수주가 정점에 이르면서 외형 팽창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다"며 "경쟁 심화로 신규수주가 줄어들 경우 외형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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