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막바지···삼성重도 기회有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산업은행이 약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된다.
산업은행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인수합병(M&A)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산은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조선 계열사를 통합하는 중간지주회사인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통합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한 후, 조선합작법인은 상장회사로 남고 사업법인의 명칭은 현대중공업으로 비상장회사가 된다. 기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통합법인을 두고 중간지주사 밑으로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이 계열사로 배치되는 형태다.
조선합작법인은 현물출자를 받는 대우조선 주식의 대가로 상환전환 우선주 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조선합작법인의 신주확정 발행가는 주당 13만7088원이며 대우조선 주식 현물출자 확정가액은 주당 3만40922원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가 줄어들며 '거래절벽'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사이 흑자를 내던 경영실적은 적자로 돌아섰고 조선3사는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았다. 이른바 저가 수주로 인한 국내 업체끼리의 경쟁을 피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각 사들이 보유한 장점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야 된다는 주장도 계속 이어졌지만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얘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경영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24일 현대미포조선이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2만5000톤급 중형 석유화학제품(PC) 운반선 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면서 조선부문 수주목표인 132억 달러를 초과 달성한 137억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해양플랜트 부문이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조선부문이 살아난 것.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8조5815억원, 수주 목표를 118억 달러로 설정하며 흑자전환에 의지를 굳건히 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닥을 친 업황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대우조선해양 인수가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도 문제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1조8000억원어치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가가 2조1000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마련해야할 자금은 3000억원 남짓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더라도 재무구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해부터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가 모두 수주전에서 경쟁사를 물리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LNG운반선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을 강화할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기본합의서는 국내 조선 산업의 경쟁력 회복 필요성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라면서 "어느 한 기업이 다른 한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제고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경쟁국들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에 있는 지금 한국 조선 산업의 체질개선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면서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