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에 일단 관망세…올해 첫 금통위 '금리동결'
경기 둔화 우려에 일단 관망세…올해 첫 금통위 '금리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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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향 확률 커져…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 28.8% 급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택했다. 대내외적으로 넘어야할 난제가 적지 않은 데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정책 변수와 효과를 지켜보며 관망세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이목은 금리동결 만장일치 여부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에 쏠린다.

한은은 24일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1월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7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정확히 1년 만에 연 1.50%에서 1.75%로 오른 뒤 두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내외 난제 산적…금리동결 전망 99%  

금리동결은 시장이 이미 예상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9~14일 104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1%만이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으며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응답자는 없었다.

대외적으로 보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미국의 셧다운(부분 업무 일시 중지)에 더해 중국 경기 둔화,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산재하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히 낮고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화정책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 '완화' 기조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금통위 때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견실한' 성장세를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라는 말로 대체했다. 또 지난해 말 새해 통화신용정책방향을 발표할 당시 금리인상 발목을 잡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이 총재는 부쩍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대내외 리스크. 성장 잠재력의 약화를 언급하며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어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는 "물가가 생각보다 더 낮아질 것,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전망을 슬쩍 내비쳤다. 지난 3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다"며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도 했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묶은 데 따라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는 0.75%p를 유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25~2.50%로 기존 대비 0.25%p 인상하면서 내년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낮췄다. 내후년은 1회를 유지했다. 지난해 4회 인상과 비교하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색채가 강해졌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두고 경기 논란이 크게 일었다. 

연준이 한발 물러서면 올해 한미금리 역전 폭 최대치는 1.50%p에서 1.25%p로 작아질 전망이다. 우리경제가 버틸수 있는 금리차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숫자들이다. 한은으로선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 부담을 덜어내며 시간을 번 셈이다. 이 총재는 이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시장 안정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 '빨간불'…올해 성장률 하향조정에 무게

금리동결은 시장이 확신한 결과였던 만큼, 이날 오전 11시20분 개최되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앞으로 금리 향방을 예견할 중요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재를 비롯해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윤면식, 임지원 금통위원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는지 여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장은 직전 회의였던 작년 11월 금리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금통위원들이 이달 무리하게 소수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에도 2018년 6월까지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 발표가 '하일라이트'로 꼽힌다. 기존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 물가상승률은 1.7%다. 각종 지표가 부진한 만큼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전망치를 2.6%로 기존 대비 0.1%p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작년 4분기 1.0% 깜짝 성장하면서 지난해 연간으로 한은 성장률 전망(2.7%)에 부합했지만 올해는 더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불안한 내수를 떠받쳤던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보다 43억7000만달러(14.6%) 줄어든 25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억3000만달러(28.8%) 줄며 품목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6∼2.7%, 2.6%로 예상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은 2.5%를 점찍었다. 소시에테제네랄(SG)과 씨티는 2.4%로 봤다. 현재까지론 어느 기관이든 한국 경제가 2년 연속으로 2%대 성장하는 데 그친다는 전망에는 이견이 거의 없어 보인다. 

국제유가가 연말부터 급락한 데 따라 물가상승률은 기존 대비 0.1%p 내린 1.6%로 하향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은이 실제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동시에 내리면 연중 내내 금리인상은 물 건너 간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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