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통신 강국의 허상 보여준 '인터넷 재난'
(초점)통신 강국의 허상 보여준 '인터넷 재난'
  • 홍승희
  • 승인 2003.0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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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영자 역할 되묻는 계기돼야'
인터넷 강국의 허상 운운하며 바이러스에 의한 통신망 마비사태를 질타하는 소리들이 전매스컴을 뒤흔들었다. 인터넷 이용자가 1천만명이라는 나라에서 사태가 토요일 오후에 벌여졌기 망정이지 주중 한낮에 벌어졌다면 그 결과가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니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표면적 이유는 어느만큼 밝혀진 셈이지만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종종 보여주던 태도대로 일순간의 마비사태 크기만큼 들끓다 곧 사그라들고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언제건 재발할 불씨를 남겨둔 채.

이번 사건도 떠도는 바이러스만의 문제로 일단락되고 넘어갈 분위기다.
그러나 이대로 덮기엔 짚어야 할 문제들이 남았다.

첫째는 정부의 맹목성이다. 하나 좋다 싶으면 딴 것과 비교해보지 못하는 그 짧은 안목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정부 부처의 컴퓨터 OS(운영체제)를 대대적으로 MS로 바꿨다. 유닉스체제는 전문인력이 한정돼 있다, 따라서 유지보수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그 MS가 해커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고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별반 염두에 두지
도 않았다.

어느 시스템이든 바이러스 공격을 받을 수 있고 해커들의 공격대상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그러나 다른 OS들은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보안패치를 연구하고 방어벽을 구축하도록 함으로써 그 위험을 감소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MS는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자신들이 스스로 약점을 찾고 보안패치를 내놓지 않으면 사용자가 언제든지 공격을 당하도록 방치해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요즘 리눅스가 상당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등장했고 인터넷 상을 떠돌며 그 기능도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OS로 채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리눅스를 대기업들이 상용화하는데 반론도 만만치 않았으나 일단 사용자 관점에서 보자면 진화를 재촉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둘째, 그런 기술적 문제보다 심각한 부분은 IT에 대한 경영자, 관리자들의 무지다. 우리사회에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던 시절, 하드웨어 하나만 들여놓으면 컴퓨터가 모든 일을 대신해줄 것으로 믿고 소프트웨어의 소중함을 모른채 거듭되는 업그레이드에 전산 담당자들을 들볶던 경영자들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없는 컴퓨터 하드웨어란 단순한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들에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납득시키느라 애먹었던 초기 전산담당자들의 얘기는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있다.

이번 사건도 어느 면에서 보면 그런 경영자들의 무지가 적잖은 작용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컴퓨터의 유용성만 추상적으로 알 뿐, 그것이 끊임없이 부가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들 때문에 보안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

소프트웨어 정도야 이제 필요를 인정하는 추세지만 독자적으로 서버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전담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매우 인색한 것이다. 현대 경영에 인건비 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실감하는 바이지만 전담 인력이 꼭 필요한 부분의 인건비를 줄여버리면 그로 인한 손실이 월등히 커지는 것 또한 확실하다는 것에 둔감한 것이다.

관리해야 할 시스템이 규모가 클수록 보안 전담자의 필요는 크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수익을 내는 전방부서가 아닌 곳 인력은 줄일수록 남는다는 오판을 하기 쉽다.

이번 사건의 출발이 어느 기업의 서버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 서버 전담자가 없는, 아니면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전산실 어느 곳에선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전문인력들마저 나타내 보이는 피해의 전방위성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번 사건이 은행의 보관파일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았으므로 자신들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외부 네트워크에서 방화벽으로 가기 전단계, 즉 라우터에 과부하가 걸리며 발생했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방화벽을 뚫지 못한채 라우터에 쌓이며 망 전체의 마비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평일에 발생했으면 금융거래 자체가 마비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전산 담당자들에겐 그 일은 자신들이 감당할 몫이 아니니 우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금융기관 전산 담당자들에겐 자신들이 보관해야 할 파일만 파괴되지 않으면 안전한 일일지 모르지만 망 전체를 관리해야 할 곳에서 그런 소리가 나온다면 명백
한 책임방기가 된다.

이런 사실을 경영자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필요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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