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빈수레…증권사, '선물영업' 어쩌나?
요란한 빈수레…증권사, '선물영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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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는 커졌지만 자체물량 해소 '급급'
수익성 악화…"계열선물사 합병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 이후 증권사들이 선물업에 앞다퉈 진출하며 시장파이가 커지고 있지만, 실상 증권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해외통화·상품 선물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증권사들이 무리한 초기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턱없는 인력과 시장 네트워크 등의 한계로 이른바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 12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던 금융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 발효 이후 증권사의 겸영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22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선물시장 점유율도 40%를 넘어선 상태다.

또, 지난해 4분기 이후 1년간 미국달러선물과 3년국채선물 등 주요 금융파생상품의 거래규모는 30%가량 증가하며 시장규모도 크게 늘었지만 실제 증권들의 속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외부영업이 아닌 자체물량 해소에 나서고 있고, 위탁부분에 있어 신규투자자 창출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 간 증권사의 자기 부분 거래는 미국달러선물에서 44%, 3년국채선물에서 165%가 늘어난 반면 위탁 부분 거래 증가율은 각각 21%, 7%에 그쳤다.

증권사 파생상품영업팀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들 중 실제로 외부영업을 하는 곳은 키움, LIG, IBK, 신한투자 등 5~6곳으로 추산된다"며 "한국투자, 현대, 하나대투 등 대형사들은 현재 자체 자산운용 물량만 처리하는 것에 급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같은 계열 내 별도의 선물회사를 가진 경우, 이중투자 등의 문제로 복수로 선물업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선물사들은 다양한 파생상품거래를 위해 모회사인 증권사와의 합병이 불가피해 선물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계속된 실적악화로 NH, 유진, 우리선물 등은 시장에서 모회사인 증권사들과의 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파생상품업무를 위해 한 대형증권사는 자체 HTS를 손보고 국내 및 해외 영업망을 깔고, 인력 등 간접비용을 포함해 약 30~4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현재 한달 실익은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A모 중소증권사는 파생상품업무팀에 당장에 수익이 나지않아 인력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장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신규투자자 저변은 확대되지 않아 선물사를 보유한 증권사들은 선물업 인가신청조차 고려하고 않고 있다. 하지만 선물사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돼 난감한 상황이다.

선물계열사를 둔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물사 자체가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내고 있는데, 굳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면서도, "최근 선물사와 증권사들의 '밥그릇싸움'으로 선물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합병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성선물, 우리선물 등 주요 9개 선물사의 상반기(4~9월) 당기순이익은 265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 보다 95억원(26.3%) 급감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주식, 채권 등 다양한 복합상품을 내세우며 선물사들을 위협하자 위탁매매실적 수수료 수입이 160억원(15.7%) 감소된 것이 주된 이유다. 파생상품관련수지 및 금융수지도 각각 23억원(32.6%), 5억원(2.4%) 감소했다.

한 대형선물사는 전체 임직원 70명에 임원만 9명에 달해, 이른바 증권사 임원들의 '퇴직 자리보존형'으로 임원자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파생상품영업팀 관계자는 "수익보다는 자체물량 해소를 위해 선물업에 진출한 곳도 있는 걸로 안다"며 "또한 증권사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선물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가기 위해, 이른바 '자리보존형'으로 선물사들이 존재하는 곳도 있다"고 귀뜸했다.

업계관계자들은 파생상품시장 지배력 강화 및 전문성을 위해서는 시장재편이 1차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물사와는 달리 증권사는 위탁자금을 IB(투자은행)나 해외딜링, CM(상품운용) 등 여러곳 연계해 검증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객자금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증권사와 선물사 포함, 전체 15~6개 업체들만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시장재편을 통한 전문성 및 수익성 확보, 인프라 구축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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