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기획-2금융]MB 親서민정책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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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 ‘새희망홀씨’ 모두 관치

▲ 이명박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며 서민경제를 살피고 있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정부의 親서민정책이 금융권의 화두다. ‘미소금융’, ‘햇살론’, ‘희망홀씨’, ‘새희망홀씨’ 등 그 어느 때보다 이른바 ‘서민금융상품’이 봇물을 이룬 탓이다. 이들 상품은 금융 소외계층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 역할을 일부 담당해 오고 있다. 하지만 ‘관치금융’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도 적지 않게 지적되고 있다.

우선 이들 상품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태생적 한계다.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나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성 성격이 짙은 상품인 만큼 지속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선 항상 ‘물음표’가 붙는다.

건전성 관리도 문제다. 담보나 보증이 필요 없는 상품임에 더해 취급 실적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품의 특성상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실적에 따라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외적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논리와 맞지 않는 금리 역차별 문제도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적정 수준의 금리가 형성돼 신용에 따라 적용받는 금리가 달라진다. 신용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 보다 금리가 낮게 적용되는 것이 시장 논리다. 하지만 신용중간계층에 경우 금리 역차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저신용자의 금리부담이 다른 신용 층으로 전가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어떤 사람을 금융소외계층으로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을 꼽는다. 특히, 소득수준과 신용등급에 따른 좀 더 세밀한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저소득·저신용층에 집중돼야 할 자금이 때에 따라 그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용중간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부재해 대출자격요건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의 성장도 정책금융의 한계성을 보여준다. 정부의 정책성 상품만으로 모든 저신용자 등 서민을 끌어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논리에 의해 형성된 금리 등을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부작용이 따른 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소금융, 금리역차별·지속가능 불투명

정부는 미소금융재단의 재원마련을 위해 민간주도로 향후 10년간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휴면예금을 비롯해 기부금 그리고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1조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로드맵이다.
일단 정부는 민간주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강제적이라는 게 금융권과 재개의 의견이다. 대다수 은행들이 미소금융 출범직전까지 별도의 기부금을 조성해야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반강제적인 성격의 재원 탓에도 불구하고 금융권과 대기업들의 참여는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정부의 눈 밖에 나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미소금융은 관치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그 연속성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얘기는 출시 초부터 제기된 의문이다. 일각에선 미소금융이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 1호’감이라는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는 것도 자금의 성격이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금리도 문제다. 시장논리를 배제시킨 연4~5% 수준의 금리는 신용등급별 금리 역차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자금이 무보증·무담보 대출인 만큼 심사를 엄격히 해야 부실대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심사를 강화하면 당초 자금의 취지인 서민금융지원이 위축될 수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즉,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선 대출자격과 상환능력을 정확히 심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서민을 초점으로 한 상품인 만큼 이 같은 심사요건을 충족해 대출을 해주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희망홀씨’에 이어 ‘새희망홀씨’

희망홀씨에 이어 새희망홀씨 상품이 시장에 나온 것은 앞서 나온 상품에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그레이드 상품 출시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기존 희망홀씨 상품이 가장 많이 지적당해온 것은 저신용자 등 서민을 위해 고안된 상품임에도 이를 취급하는 은행들이 실제 대출을 해준 계층은 고신용자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올 9월 중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권택기(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희망홀씨 대출액은 작년 3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2조997억원이다. 이 중 신용 1~6등급의 대출액은 8518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40.6%를 차지했다. 희망홀씨가 대출 대상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임을 고려하면 정작 저신용층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불량률이 낮은 계층에 집중해 대출을 실행했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결국 정부 정책성 상품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최근 희망홀씨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출시된 새희망홀씨 대출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일단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희망홀씨에 비해 대출 대상이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신용등급 5등급 이하로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희망홀씨 대비 낮게 책정된 금리도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새희망홀씨는 신용등급과 소득수준, 우대정도에 따라 연 6~14%의 금리가 적용된다.

실적은 출시 당시 연내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새희망홀씨 취급 실적을 조사한 결과 국민은행 143억6500만원(2433건), 우리은행 102억원(1072건), 신한은행 92억원(996건), 하나은행 68억8200만원(756건)을 기록했다. 출시 후 9영업일 만이다. 은행별 목표치는 150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연체 증가를 우려한 일부 은행들이 저신용·저소득자 대출을 소홀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해 분기별로 실적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희망홀씨대출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우려의 원천은 상품 취급기관들이 자발적인 의지에서 서민금융을 시작하게 됐는지 여부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저신용자 위주의 대출인 만큼 관리리스크는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희망홀씨 ‘햇살론’

지난 7월 26일 햇살론 상품 판매가 본격 개시됐다. 정부가 미소금융, 희망홀씨만으로는 저신용자 등 서민금융지원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햇살론은 농협, 신협,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상품으로 정부보증부 대출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금의 85%를 보증하고 나머지는 해당 서민금융기관이 충당해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한도는 근로소득자가 400만원~1000만원, 자영업자는 400만원~2000만원(창업자금의 경우 5000만원 이하)이며 대출 금리는 연 13.1% 이내이다.

시행초기 햇살론은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았다. 여느 정부정책성 대출 상품과 같이 대출 대상에 대한 문제였다. 서민에게 지원돼야 할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대출이 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부랴부랴 추후 대출요건을 강화하는 등 금융감독당국의 후속조치가 뒤따랐다.

미흡한 점은 또 있었다. 연체이자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출시 전부터 마련되지 않은 것도 취급기관과 대출자의 혼선을 초래했다. 이같이 미흡한 점이 발생했던 것은 취급하는 주체가 일반 금융기관인 만큼 적어도 자의적으로 상품을 기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한, 햇살론이 취급 서민금융기관의 기존 대출상품 대비 금리가 턱없이 낮아 자체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출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햇살론의 하루 대출액이 100억원을 밑돌았다. 지난 10월 29일 현재 햇살론의 하루 대출액은 8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 31일, 하루 315억원까지 대출됐던 것에 비하면 대출규모가 30% 정도 줄어든 셈이다.

금융위는 대기수요가 줄고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기존 상품 대비 수익성이 낮아 취급액이 떨어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부업은 되레 성장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박병석 의원(민주당)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 1~5등급인 우량 신용층의 신용대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273조2000억원인 반면, 6~10등급인 저신용층의 신용대출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106조1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고객이 우량신용 층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이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대출이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증가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은 2006년 6월 2494억원, 2007년 6월 4381억원, 2008년 6월 5461억원, 2009년 6936억원, 올 6월 1조116억원으로 규모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의 대출은 자연히·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2008년 대비 2009년 대출증가율을 살펴보면 평균 23.9% 늘었고, 적게는 7.4%, 많게는 107.3%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안은

금융연구원은 최근 ‘서민금융정책의 방향’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서민금융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서민금융 정책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미세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민금융시장의 바람직한 모습은 각 여신금융회사가 담보대출금리와 대부업법 금리상한 사이에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다양한 금리의 신용대출상품을 공급함으로써 무담보 신용대출시장의 중층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금융연구원은 서민금융시장의 중층구조 형성을 위한 향후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서민금융회사의 햇살론은 궁극적으로 시장원리에 의해 공급돼야 할 생계자금과 운영자금만을 지원하도록 하고 저금리 자금지원과 비계량평가가 긴요한 창업지원은 미소금융재단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양 정책수단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정확한 수익성 분석을 바탕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의 서민 대상 신용대출금리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증재원의 추가출연 및 의무신용대출비율 규제의 도입 등을 통한 서민금융공급의 지속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시장원리에 의한 서민금융회사의 서민금융 공급 확대는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중단기에 있어서는 대위변제 등으로 햇살론의 보증재원이 줄어드는 부분만큼 정부와 서민금융회사가 추가로 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등 서민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설립 목적에 부합되도록 6등급 이하의 고객에 대한 의무신용대출비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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