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리쟁탈전…후유증에 `신음'
금융권 자리쟁탈전…후유증에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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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이른바‘최고경영자(CEO) 리스크(위험)'가 불거지면서 금융권이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민간이나 금융공기업 등 금융회사 CEO 인선 과정에서 현직에 있는 CEO가 다른 금융회사 CEO 후보로 나서는가 하면 인선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재선임 과정을 겪는 사례까지 생겨나면서, 이로 인한 '염려증'이 확산하고 있다.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현직을 유지하면서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두 차례나 도전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해 우려를 낳고 있다.

2008년 1월 취임한 이 사장은 만 2년이 되지 않은 작년 11월 KB금융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선임 절차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자진사퇴했으며 지난 6월 재선임 과정에 도전을 했다가 낙마했다.

이로 인해 금융권 안팎에서 캠코의 기강과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KB금융 회장은 개인적으로 탐나는 자리였겠지만 공사의 사장직은 책임감이 남다른 자리"라며 "지원하려 했다면 직원들에 대한 도의상 적어도 사장 자리를 내놓고 나서 지원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사장은 KB금융 회장에서 낙마한 뒤 사퇴를 결심하기도 했으나 직원들의 만류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인 이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 5개월가량 남았다.

서울보증보험은 또 사장 선임 과정이 1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나 대외 이미지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보증은 지난달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차기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KB금융 회장 선임의 후폭풍으로 특정 지연이나 학연관련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져 선임 과정이 두 차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의 후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전을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서울보증 직원들은 차기 사장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 조직의 정비와 재도약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하루빨리 유능하고 경험 많은 차기 사장이 선임돼 조직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CEO 리스크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는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작년 9월 황영기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하고 당시 강정원 전 행장이 회장 인선에 뛰어드는 바람에 10개월이나 격랑에 휩쓸렸다.

현재 KB금융 회장 외에 다른 금융회사 CEO 인선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현직 금융권 경영자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기업은행과 캠코의 CEO 선임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CEO가 임기 중에 다른 자리로 옮기면 해당 기관의 기강 등이 흔들릴 수 있지만 그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공기업 CEO의 중도 이직은 기관의 일관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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