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은행세 도입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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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금융안정분담금.금융활동세 제안

국제사회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인한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다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재원을 비축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은행세' 도입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3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중간 보고 성격으로 2가지 은행세의 도입을 권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제사회가 은행세 도입에 관해 아직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여론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G20라는 큰 틀에서 조율된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은행세 2가지 제안..금융안정분담금.금융활동세
IMF가 은행세 도입과 관련해 제시한 2가지 세금은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과 보너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부채에 물리는 '금융안정분담금'(Financial Stability Contribution.FSC)은 금융부문의 구제에 투입될 비용을 금융기관으로부터 걷는 방식으로, 이른바 '오바마 세금' 같은 형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00억달러 이상 대형금융기관에 매년 0.15%의 세금을 가해 10년간 900억달러를 모은 뒤 부실채권구제기금에 들어간 돈을 보상하는 제도를 자체적으로 제시해놓고 있다.

IMF가 제안한 금융안정분담금은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할 수 있는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하는데 쓰이거나 정부 재정으로 직접 들어갈 수도 있다.

처음에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같은 비율로 분담금을 내되 향후 위험한 금융기관의 분담금 비중이 커지도록 함으로써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징벌적 성격도 갖게 된다.

금융기관의 일반예금 등이 아닌 비예금성 부채에 물리는 이 세금은 우리나라의 경우 예금없이 단기 외화조달을 통해 영업을 하는 외국은행 지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보너스와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은 '금융활동세'(Financial Activities Tax.FAT)로 불린다. 즉 금융기관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거나 임직원들에게 과다한 보상을 한 것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이 돈은 정부 재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엄청난 보너스에 여론의 반발이 커진 것이 반영된 세금이라 할 수 있다.

IMF는 이 2가지 세금 외에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토빈세'를 포함해 금융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금융시장 위축이나 부담의 소비자 전가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IMF는 은행세 도입과 관련해 금융기관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국제흐름에 동참"..11월 서울 G20정상회의 주목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세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미 G20에서 도입이 결정될 경우에 대비해 연구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우리나라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금융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대형 금융기관이나 여러 금융흐름에 대해 어떤 규제를 가져갈지 내부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G20의장국으로서의 책무 등을 들어 '대세 추종'의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반기는 기색도 감지된다. 금융안정분담금 부과가 국제공조 아래 가능해지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 외화차입 문제를 푸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단기 외화차입은 유동성 공급 창구로서의 순기능도 있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에 대응할 묘수가 없던 정부로서는 국제공조를 통한 은행세 도입이 앓던 이를 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장관도 "이런 기회에 국제공조 하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예를 들어 국제금융상항이 좋을 때는 많은 돈이 유입되고 나쁘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실질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국제적인 흐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국의 보편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 효과를 부각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그동안 국제공조가 없이 단독으로 규제하기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등 난점이 있었던 문제"라며 "G20 공조로 도입되면 무분별한 차입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예금성 조달자금에 대해 보편적으로 분담금을 부과할 경우 은행들의 경영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허인 팀장은 "우리나라 은행은 예대율이 높은 편인데, 예금 이외의 자금에 분담금을 물리면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이 분담금과 금융활동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금리나 수수료 등을 통해 전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IMF 보고서는 중간보고다. 24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겠지만 최종 보고서는 6월에 나올 예정이다.

현재 미국을 물론 영국, 프랑스 등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지만 캐나다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부산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등을 거쳐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 때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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