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 이동제, 과열 경쟁에 '멍 든다'
펀드판매 이동제, 과열 경쟁에 '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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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린 은행권 '꼼수'…증권사도 대차 없어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으로 펀드 고객들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판매사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판매사들의 경우 서비스 개선이나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한 경쟁 보다는 갖가지 편법을 통해 고객잡기 나서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1월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규모는 총 23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 평균 256억원 규의 펀드가 판매사를 이동한 것이다.

이동 경로를 살펴보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날인 25일 판매사를 옮긴 펀드규모는 13억원으로 이 가운데 5억원가량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옮겼고,나머지 대부분은 증권사에서 다른 증권사로 이동했다.

이동 규모가 46억여원으로 확대된 26일도 은행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옮긴 경우(25억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최근들어서도 마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증권사로의 이동이 활발해 진 것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의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은행권도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설정액이 급감할 때마다 고객에게 SMS나 이메일을 발송하는 '얼럿(ALERT 경고) 기능'을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은행은 고객 투자성향에 따라 세분화된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본부에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고객에게 사전에 설정한 목표 수익률이나 감내 가능 손실률에 도달하면 SMS 안내 문자를 보내고 월 1회 계좌별 평가금액과 수익률 안내를 위한 휴대전화 장문 메시지도 발송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또 'PB클리닉 서비스'를 통해 ▲1억원 이상 펀드 보유 고객에 대한 재무 클리닉 서비스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법률자문 서비스 ▲세무·부동산 컨설팅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판매사들이 펀드 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 판매사들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직원들에 고객들이 환매를 할 경우 빠져나간 만큼 새로운 펀드 가입자를 유치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은행 직원은 "고객이 환매를 원할 경우 먼저 설득을 해서 가급적 환매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있다"며 "환매를 원하는 고객을 대응하기 위한 응대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렇게까지 했을 때에도 환매하는 고객이 있다"며 "이럴 경우 그만큼 실적을 다시 채워넣아야 하는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사들 역시 직원들에게 펀드 이동 고객을 유치 하는 것을 실적으로 할당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

이에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다른 판매사에서 펀드를 가입한 뒤 이를 고스란히 다시 옮겨오게 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펀드 이동을 위한 계좌확인서 온라인 발급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온라인으로도 계좌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온라인 발급을 막아버리면서 온라인을 통한 계좌확인서 발급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판매사 이동제 시행의 목적은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었지만 최근 판매사들의 행태를 고려했을때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며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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