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대기업 계열금융사 '밀어주기'
퇴직연금, 대기업 계열금융사 '밀어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현대 등 계열보험·증권사가 독식
중소형금융사들 불만속 '부익부 빈익빈'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퇴직연금시장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의 '나눠먹기식' 구도가 형성되면서 시장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몰아주기식 관행으로, 시장의 공정성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기존 직원대상 퇴직보험을 퇴직연금제로 전환하기 위해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했다고 공시했다. 보험료 규모는 1조 1807억원으로 현재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퇴직 적립금 규모는 1조 673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업자선정으로 삼성생명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후광'을 노린 계열금융사들에게만 자금이 몰려, 공정성있는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퇴직연금 시장에 등장하기 이전부터 모든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계열사로 그 자금이 이전될 것이라는 것은 시장의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시장이 점차 메이져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도 최근 현대차계열사인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신기인터모빌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지난 10월 늦깍이로 퇴직연금 사업에 뛰어든 HMC투자증권은 신기인터모빌과 카네스 등과 퇴직연금계약을 성사시켰고, 연말까지 엠엔소프트 등 다수 기업의 퇴직연금을 유치할 전망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이다. 후발주자로 퇴직연금시장에 뛰어든 HMC투자증권은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자본과 엮여있지 않은 중소형증권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중소형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대기업들이 계열금융사들에게 적립금을 몰아주려고, 모든 협력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쪽에서 대출을 무기로 중소기업체들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대어급'기업들을 계열금융사들이 독식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일부 중소형증권사는 퇴직연금사업부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퇴직보험과 신탁의 규모는 각각 19조원, 4조7000억원 정도로 약 24조원에 달한다. 이 자금들이 퇴직연금으로 모두 전환될 경우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내년 말이면 약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포스코, KT, 한국전력 등 '거물급' 기업들까지 올 연말이나 내년 퇴직연금시장에 가세하게 되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