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셰어링', 사회 양극화 뇌관 되나
'잡셰어링', 사회 양극화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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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 임금조정 통해 노조 길들이기?
직급간 급여차 확대 조직내 갈등 '우려' 
대졸 초임은 '삭감' 기존 직원은 '반납'?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현 경제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정부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가 세대·계층별 위화감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부정적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고통분담'이라는 잡셰어링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 채 사회 초년생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시장 구조조정 계기?
'잡셰어링' 효과에 대한 정부의 내부 평가는 '장밋빛' 일색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적 운동으로 번졌던 '금 모으기' 운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재계를 상대로 잡셰어링을 '시대정신'으로 승화시켜 줄 것을 당부하며 "노동시장 해법은 결국 유연화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직된 노동시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혀 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 투자를 꺼리는 주된 이유도 '강성노조'이다. 결국 '잡셰어링'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의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한 단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잡셰어링'은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우선 잡셰어링이 사회 초년생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인턴확대 계획을 발표한 대다수 공기업들은 올 상반기 정규직 채용을 사실상 중단했다. 일부 채용에 나선 공기업들도 예년과 비교해 크게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공기업들이 이처럼 정규직 채용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 때문이다.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일자리도 창출해야 하니 공기업으로서는 사실상 인턴제도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존 경제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능한 사회초년생을 경제위기의 '재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올초 인턴채용 계획을 발표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위기 때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올해는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에 발맞춰 정규직 대신 인턴을 확대하는 쪽으로 인사정책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여건상 정규직 채용으로는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으니, 대신 인턴제를 활용해 3배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중인 셈이다. 

 ■준비 미흡·갈등 증폭 '우려'
사회초년생들의 초임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은 조직 내부에서의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이같은 조직갈등은 경제 및 사회 계층간 위화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최대 30% 대졸초임 삭감안을 발표한 일부 공기업의 경우,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의 연봉은 2~3천만원 수준으로 기존 직원(2~4천만원)에 비해 최대 1천만원까지 급여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는 동일 노동에 대한 균등대우 원칙에도 어긋나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정부가 초임삭감에 따른 법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공기업들이 올해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기업의 인사정책이 민간기업들의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민간 기업들도 공기업의 채용행태를 답습할 수 있다.

공기업 주도의 '인턴' 셰어링은 정규직보다는 '단기 알바'를 대거 양산해 냄으로써 일시적인 실업률 하락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일각에서는 정부의 인턴확대 정책이 청년 실업자에 대한 대통령의 편향된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층·세대간 화합을 이끌어야할 대통령이 갈등구도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줄곧 '우리 대학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며 청년 실업자들을 되레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을 무시한 편향된 시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취업박람회에는 3000명 모집에 1만700명이 참여해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노조 역시 정부의 '잡셰어링'이 하위계층의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용하고 있다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방적 임금삭감은 노동자 생존권위기와 내수침체 악화, 경제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벌과 주주들은 돈 잔치를 벌이면서도 대졸초임을 삭감하는 기만적 행위이다"라고 꼬집었다.

대졸 초임은 '삭감'하고 기존 임직원들의 임금은 '반납'하는 형태의 잡셰어링 움직임이 급여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삭감'의 경우 퇴직금이 줄고 임금테이블 자체가 바뀌지만, '반납'은 임금테이블은 그대로 유지돼 향후 임직원들의 반납분 만큼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 기업 임직원들이 삭감보다는 반납의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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