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 논란속 내달 출범
자본확충펀드, 논란속 내달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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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생명줄 연장 가능성
120조 대출 여력에도 '의구심'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내달 출범을 앞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역시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자본확충펀드 총 20조원 가운데 12조원이 은행별 자산규모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다음달 배정된다.

자산 200조원 이상인 국민·우리·신한은행에는 2조원이 배정되며, 자산 140~200조원인 농협과 하나·기업은행은 1조5000억원을 배정받게 된다. 또, 외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자산규모가 50조~140조인 은행은 1조원의 한도가 적용되며, 자산이 50조원 미만인 수협과 지방은행들은 3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자본확충펀드 지원으로 은행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5% 상승하며, BIS 10%를 기준으로 할 경우 120조원의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12조원의 자본확충펀드로 과연 120조원의 대출여력이 창출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은행들이 기본자본비율 9%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12조원이 지원되면 신규 대출 여력 130조원이 생긴다"며 "그러나 9%를 하회하는 은행이 있고 기존 자산의 부실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신규 대출 여력은 50조원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자본확충펀드가 은행의 주주이익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기본자본비율이 9%를 초과하는 은행은 자본 잉여로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9%를 하회하는 은행은 다소 싸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 워크아웃 기업 유동성 지원 등에 자금을 활용해 주주 입장에서는 잠재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펀드가 기업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꺼려왔던 이유도 대출만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 자산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낮고, 기업들 역시 설비투자보다는 운전자금 성격의 대출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 구상했던 자본확충펀드의 역할이 상당부분 변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자본확충펀드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은행 건전성 악화를 선제적으로 막기위한 것이었다면, 바뀐 이후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펀드의 주된 목적이 됐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이번 자본확충펀드로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압박이 한층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숨통은 어느정도 틔울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늘지 않아 자칫 한계 기업의 수명만 늘리게 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경제위기를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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