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9' 금융시장, 그래도 희망은 있다
<특집> 2009' 금융시장,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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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시장을 극심한 혼돈 속으로 내몰고 있다.
국내 증시는 불과 1년만에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30% 이상 급등하며 지난 10년 전 외환위기 시절로 회귀했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 스왑(CDS) 프리미엄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안정세를 찾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700bp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극심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4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0%로 한달만에 1.5%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이는 세계 경제 전체 성장률 전망치 2.2%보다 낮은 수준으로 중국(8.5%)과 인도(6.9%) 등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여타 신흥국에 비해 내수경제가 취약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기관들 역시 3%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측하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UBS와 맥쿼리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0, -2.0%로 하향 조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도 획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수년 내 제로 성장 시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것은 기업들의 연쇄도산과 고용불안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성장률 전망치가 이처럼 들쑥날쑥한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를 흔들수 있는 변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본지는 내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외생 변수들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 정리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가도에 제동을 건 주된 요인이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덩치경쟁에 기인한 부동산 거품은 내부적인 불안 요인일 수 있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가 결국 외생 변수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때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시장과의 '디커플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외생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를 재확인시켰다.

■美-中 "하반기부터 회복"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선진시장의 대표주자인 미국과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인 중국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라는 점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실물부문에서의 대표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및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 디플레 현상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며 실물부문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에 들어서야 정부의 재정지출 및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8%대로 예상되고 있는만큼 침체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의 긴축기조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이 덜 개방돼 있다는 점은 중국을 국제적 레버리지 후유증에서도 한발짝 비켜설 수 있게 했다. 또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역시 중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4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영향에 따른 글로벌 수요진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중국은 제조업 측면에서, 또 미국은 금융 측면에서 한국과 밀접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들의 효과는 국내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금융에서는 미국의 선회복, 제조업에서는 중국의 견실함만 유지된다면 한국 경제의 복원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상반기 3%대 전망"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가용수단의 대표적인 지표가 금리이다.
이미 전세계가 본격적인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세계 각국은 얼마전까지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물가상승) 걱정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디플레이션 현상은 물가하락→투자위축→고용불안→소비위축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인플레이션보다 더한 파급력을 지니며 '경제의 악마'로 불리우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미 디플레이션이 시작됐으며 자산디플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역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들로선 과거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두달동안 기준금리를 무려 1.25%포인트 인하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기준금리는 11월 현재 4%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는 각각 1.0%, 0.3%로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영국과 ECB(유럽중앙은행)도 3%대 초반대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은 "한국 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 완화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국내 증시 전문가들 역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확대 등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우증권은 "과거 경기침체시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를 유지했다"며 "관건은 인하여부가 아닌 인하폭이며 상반기 말까지 3.25%까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 "연말까지 1100원"
국내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복병으로 등장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율 방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정부 역시 사실상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돌아섰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 신흥국에 비해 주식·채권시장에서의 유동성 회수 압력이 크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는 통화 다극화 시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얘기지만 당장 내년에는 '팍스 달러리움'의 부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안전자산 척도로써의 대안 부재 ▲미국의 대외 지도력 회복 가능성 ▲제로금리 시대로의 돌입 ▲미국 금융기관 구조조정 가속화 ▲미국 경상수지 적자 축소 ▲최근 수년동안 달러화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는 점 등이다.
특히 달러화의 경우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계속되는 한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개선 및 외환보유고 재확충,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원·달러 환율이 이전 수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당장 원화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말에는 글로벌 신용경색 및 패닉 심리의 완화로 오버슈팅이 해소되면서 환율이 1000원선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환율을 각각 1200원, 1100원으로 예상했으며,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환율변동 구간을 1070원~1200원으로 예측했다.

■韓 주택시장 "연착륙 예상"
미국 유수의 IB들을 잇따라 벼랑 끝으로 내몰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꼽히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경우 내년까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11월말 현재까지 상각액은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IMF가 예측한 1조4000억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이 점차 해소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택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만 보더라도 한국의 경우 40%대에 머무르고 있어 미국(90%)과 영국(100%)에 비해 주택시장 불안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주택공급 측면에서도 실질 보급주택률이 지난해말 기준 74%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택가격이 급락세를 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창욱 연구원은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폭이 30%를 넘는 지역이 나올 수 있지만 버블붕괴 수준의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도샐생 후 담보물 처분가격이 대출금액에 미달할 경우 부족분에 대한 채권 채무관계가 소멸하지 앟고 다른 수단을 통해서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손실폭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 조기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오히려 세계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가 각종 지원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지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대부분 전문가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내년 하반기 중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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