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2년 마라톤재판 무죄로 1막
외환銀 2년 마라톤재판 무죄로 1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가 24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긴 `1막'이 내렸다.

2003년 8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2년여 만에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헐값매각 의혹을 제기하며 경제관료 등 20명을 고발했고 국세청의 고발과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뒤따르는 등 사건이 물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은행 측이 금융당국과 공모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고의로 낮게 평가해 론스타의 인수를 쉽게 해주는 등 배임을 한 것으로 결론짓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수사 초기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채 탕감 로비 의혹으로 2006년 6월 구속됐다가 4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변 전 국장은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공모한 혐의로 청구된 영장이 2차례 기각돼 `옥살이'를 면하는 듯했으나 1심에서 무죄였던 로비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는 등 희비가 바뀌었다.

반면 2006년 11월 구속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3개월 만에 보석이 허가돼 줄곧 불구속 상태를 유지했으며 이날 납품업체서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으나 법정구속은 면했다.

오랜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참고인 조서 공개를 두고 1년 넘게 승강이를 벌이다 변호인이 법원에 증거개시 신청서를 제출한 끝에 조서를 열람하는 등 진통이 있었고 올해 초 법관 인사로 1년 가량 사건을 담당해 온 재판부가 바뀌기도 했다.

올해 9월 말에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신청했던 영국계 은행 HSBC가 금융위원회에 인수 신청을 철회하는 등 상황 변화가 있었고 금융감독위원회가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1심은 인위적 주가조작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주가조작이라 볼 수 없다며 앞선 판결을 뒤집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국내외 이목이 쏠려 왔다.

사안이 복잡하고 법리 다툼이 치열했던 만큼 재판 과정에서 기록을 낳기도 했다.

첫 공판부터 변론종결까지 형사사건 사상 최다인 86차례의 공판이 열렸고 전직 각료와 은행 관계자 등이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은행 매각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는 취지로 증언했고 그에 앞서 같은 자리를 지켰던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또 변 전 국장에게 로비한 혐의로 기소된 하종선 변호사와 전용준 전 외환은행 상무, 재무자문사 시티그룹 관계자도 증언대에 섰다.

지난 10일에는 추가 증거신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자 검찰이 이에 항의하며 구형 의견 없이 무단 퇴정하는 등 재판 과정은 마지막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날 선고로 2년 가까운 `마라톤 재판'이 일단락됐지만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커 몇 차례의 긴 여정을 거친 뒤 대법원에 가서야 종국을 맞을 것으로 예견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