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민연금 민간위탁 '찬반 대립각'
정치권, 국민연금 민간위탁 '찬반 대립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250조원 연기금 민간 투자전문가에게"
야당, "제어장치 없이 넘기는 것은 무모한 행동"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을 민간 투자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물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방의 핵심은 '책임론'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하고 7~10명의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공사형태의 상설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0조원에 가까운 국민연금기금 운용이 민간 투자전문가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안정 위주의 채권투자로 인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라며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연금은 현재 4~5%의 수익 률을 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을 통해 앞으로는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을 비롯한 업계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 마지막 사회적 안전판인 국민연금의 성격상 보수적 운용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전문가가 자신의 실적달성을 위해 무모하게 연금을 운용한다면 그 손실은 누가 책임지겠냐는 것이다.
 
또,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의 잇다른 붕괴로 세계 각국들이 금융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때 시장만능화를 주장하며 국가적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독립적으로 일하게 하고 실적을 평가하겠다고 하지만 만일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아무런 제어장치도 책임부과도 없이 독립적으로 일하게 하겠다는 그 무모한 발상에 경악한다"고 비난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 역시 "국민연금은 리먼브라더스와 AIG에 투자했다가 4790만달러를 손해봤고, 국내 주식투자로 올 상반기에만 5조 원 이상을 까먹은 상태"라며 "수익성만 쫓다 안정성을 무시했던 연금 운용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찾아보기 힘든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경영 악화로 구제금융을 받은 미 양대 모기지 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약 50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가 사실상 전액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먼 브라더스에 197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54.3%의 손실을 입었으며 메릴린치에 1050만달러, AIG에 419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이 역시 각각 19%, 83.8%의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률과 안정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라며 "업계나 야당 역시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수익률을 달성하는 과정 속에서 안정성에 위협되는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