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R 규제' 정상화에 은행채 발행 증가 불가피···채권시장 양극화는?
'LCR 규제' 정상화에 은행채 발행 증가 불가피···채권시장 양극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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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LCR비율 95→97.5%···100%까지 단계적 정상화
채권시장 불균형 심화 가능성···대출금리 상승 '압박'도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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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로 은행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채권시장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대출금리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에 적용되고 있는 LCR 규제비율이 오는 7월부터 기존 95%에서 97.5%로 강화된다. LCR이란 위기상황에서 은행이 한 달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규제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은 은행채 발행, 예수금 유치 등을 통해 고유동성자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은행은 LCR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당시 취약층 금융지원을 위해 은행 재원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LCR 규제비율을 100%에서 85%로 낮췄다. 당시 취약층 지원을 위해 은행들이 저금리 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해야 했는데, LCR 비율을 맞추려면 대출이 나간 만큼 고유동성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해 은행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85%로 낮아진 LCR 규제비율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려 했지만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정상화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LCR 비율을 95%로 올리는 등 단계적 정상화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LCR 비율 정상화 조치로 은행들은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주요 은행의 LCR 비율은 △KB국민은행 110.10% △신한은행 103.47% △하나은행 101.67% △우리은행 101.26%로 모두 100%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성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은행업황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나은행(1.28%p↓), 우리은행(0.46%p↓) 등 일부 은행의 경우 LCR비율이 전분기 대비 떨어지기도 했다.

실제 최근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1~3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순발행액)은 4월 10조499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6조3800억원이 순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서도 올해 순발행액은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4조7400억원, 5월 9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면서 채권시장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신용등급 AAA급 우량 채권인 은행채는 인기가 많아 통상 채권시장 내 자금쏠림 현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는 시중 자금이 흘러가지 않아,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실제 최근 은행채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는 줄어든 반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등 다른 채권의 신용스프레드는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최고 32bp(1bp=0.01%p)를 기록했던 AAA등급 은행채 3년물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21일 27bp로 5bp 축소됐다. 같은 기간 기타금융채(AAA등급 3년물)의 신용스프레드는 28bp에서 32bp로 4bp 확대됐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대출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고금리 장기화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은행채 발행이 많아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채권금리 상승)지기 떄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금리가 작년과 비교해 20~30bp 저렴해지는 등 채권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라며 "LCR 규제와 여신 성장 계획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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