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중동 불안 충격···환율 17개월 '최고', 코스피 2개월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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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지표, 시장 예상 웃돌아···Fed 긴축 경계감 확대
주요 통화 일제히 하락···코스피서 외국인·기관 5000억 매도
코스피가 중동 정세 불안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2% 넘게 하락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중동 정세 불안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2% 넘게 하락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신민호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환율은 17개월만에 장중 1400원대를 넘어섰고, 증시는 2%대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두 달여만에 장중 2600이 무너질뻔 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0.5원 오른 달러당 1394.5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종가) 이후 최대치다. 장중 1400.0원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재경신했다.

그런가하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0.80p(2.28%) 내린 2609.63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26.26p(0.98%) 하락한 2644.17에서 출발해 장중 2601.45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7일(장중 저점 2588) 이후 두 달만에 2600선을 위협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핵심 충격 요인은 3월 미국 소비지표다. 전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소매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7% 상승, 전월 상승률(0.6%)과 시장 예상치(0.4%)를 모두 웃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에너지 소비를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1% 상승, 시장예상(0.5%)을 두배 이상 뛰어넘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가 오히려 확대 흐름을 보이자, 시장 내 긴축 경계감이 확대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가장 유력한 금리인하 시점은 9월(45.7%)까지 후퇴한 상태다. 연내 금리인하횟수 전망(34.3%)도 3회에서 2회로 축소됐다.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강해지면서, 주요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066달러에서 1.06달러까지 떨어졌으며, 파운드·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25달러에서 1.242달러까지 하락했다. 

특히 엔화의 경우 일본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달러당 154엔을 돌파하는 약세를 기록한다. 반대로 달러인덱스는 전일 105.5선에서 106.16선까지 상승한다.

환율이 약세를 보이자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를 강하게 매도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49원, 2949억원어치 매도하면서 지수를 급락시켰다. 장중 각각 3000억원 넘게 매도한 때도 있었지만 오후 3시 넘어서자 매도세가 잦아들어 지수가 조금이나마 낙폭을 줄였다. 개인은 551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가 이어지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삼성전자가 2.68%나 하락하면서 겨우 겨우 8만원을 지켜냈고, SK하이닉스는 4.84% 하락해 17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1.89%), 삼성바이오로직스(-1.01%), 셀트리온(-3.70%), NAVER(-1.81%), KB금융(-2.72%), 삼성생명(-2.46%) 등 대다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른 종목들도 현대차(0.21%), 기아(0.09%), SK스퀘어(0.25%), 한화에어로스페이스(0.48%) 등 소폭 상승에 그쳤다.

원화 약세가 심화되자 결국 정부의 구두개입도 나왔다. 이날 오후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직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분을 일부 되돌리며, 1390원 중반대에 안착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중동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미 소매판매 발표로 일방적인 달러 쏠림이 나타났다"며 "일단 1400원까진 열려있음을 확인했지만, 정부 개입 등으로 눌려진 상태다. 향후 어떤 뉴스가 나올지 모르지만, 당장은 정부 의지가 일정 부분 발현되며 시간끌기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 "1360원 이후 사실상 기술적 저항선이 부재했다. 현재 레벨에서 저항선을 부여하자면 1450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결국 이번주는 중동사태가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1400원대 안착이냐, 아니면 아래로 밀리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지원,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원화 약세에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1만4000계약 가까이 출회되며 코스피가 2%대 급락으로 마감했다"며 "중동 지역 전면전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변동성이 심화됐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흐름 안정화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시장 상황에 대해 "삼성전자의 미국 신공정 보조금이 약 8조8505억원 수준으로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전반의 매도세 강화에 주가는 하락했다"며 "중국의 1분기 GDP가 5.3%로 예상돼 일부 중국 관련주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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