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매수 안하나? 못하나?
투신, 매수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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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입하라더니 정작 자기들은 내다팔아"
국내주식형펀드, 주식편입 비중 92.18%→89.45%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투신들의 매물투척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 흐름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환매에 대비해 꾸준히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연기금이 대규모 물량을 사들이며 지수상승을 시도하지만 투신을 중심으로 타 기관들의 관망세가 뚜렷해 좀처럼 탄력을 붙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매수 여력 '충분'
증시전문가들은 현재 투신권의 주식 매수 여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1월 127조8245억원이였던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잔액은 8월말 현재 143조8218억원까지 불어났다.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돼기는 했으나 꾸준히 자금 수혈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곽병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형 펀드의 주식매수여력을 추정한 결과 지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인 약 4조원대를 기록했다"라며 "비슷한 주식매수여력을 보였던 2006년 1월과 7월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고점 이후부터 투신 매수세가 강화되며 주식매수 여력은 점차 소진되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올 들어서만 펀드로의 자금이 9조원 이상 유입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펀드런 우려는 낮은 상황이다"라며 "향후 반등장세가 촉발되면 풍부한 주식매수여력을 가진 기관이 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기관, 손절매 나섰다
이달 들어 투신은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5100억원 이상을 내다팔았다. 지난 5월 16일부터 2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이후 네달 만에 최다 연속 매도우위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비중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편입비중이 최고에 달했던 지난 4월 22일 92.18%는 3일 현재 88.49%까지 주저앉았다. 개별운용사별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5월 19일 현물기준 주식편입비가 93.99%였지만 2일에는 89.26%로 줄어들었다. 유진투자운용은 80%, 교보투신운용은 82% 선까지 낮아졌다. 38개 운용사 가운데 주식편입비중이 8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운용사도 10개나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나 연기금에게는 매수를 강하게 권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겁에 질려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흐름 살펴보며 들어가겠다"
그러나 투신의 입장은 신중하다. 단기적으로 대규모 펀드환매가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매수에 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펀드로 꾸준히 유입되던 자금이 하반기 들어 유출세로 전환, 7월과 8월에는 두달 만에 1조4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아직까지 전체 설정액 대비 유출된 금액이 800억원 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환매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이어서 자칫 펀드런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인호 하나UBS 주식운용본부장은 "경제지표가 당분간 좋지 않고 기업실적 역시 당분간 나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기관들이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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