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뢰 회복' 강조하지만···건설업계, 날림 공사 여전
[초점] '신뢰 회복' 강조하지만···건설업계, 날림 공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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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사전점검서 무더기 하자 발견···내외벽 균열·계단 흔들림·누수 등
원가율 상승에 공사비 줄이려 값싼 인력·저렴한 자재 사용·무리한 속도전도
전문 장비 동원해 각종 하자 찾아내는 아파트 사전 점검 대행업체 인기↑
이번달 입주를 앞둔 경북 '경산 아이파크' 사전점검에서 건물 내·외벽에 균열, 천장 누수, 휘어진 배수 파이프 등 심각한 하자가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번달 입주를 앞둔 경북 '경산 아이파크' 사전점검에서 건물 내·외벽에 균열, 천장 누수, 휘어진 배수 파이프 등 심각한 하자가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아파트 붕괴사고가 터지며 건설사들이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해가 들어서도 신축 아파트에선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붕괴사고 이후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시공한 경북 경산 아이파크 1차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오물과 낙서, 도배 문제, 마감 불량 외에도 건물 내·외벽에 균열, 계단 흔들림, 틈새가 벌어진 엘리베이터, 물이 새는 천장, 휘어진 배수 파이프 등의 심각한 하자가 발견돼 문제로 떠올랐다.

사전 점검이란 수분양자가 입주를 앞두고 준공된 아파트에 방문해 최종 점검을 하는 단계다. 이 아파트는 이번 달부터 입주 예정인 곳으로, 예비 입주자들이 아파트를 방문해 하자를 발견하면 시공사는 통상 입주 전까지 하자 처리해 주게 돼 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번에 발견된 하자가 단순 마감 불량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하자 처리 후 입주 후에도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주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입주민 A씨는 "전체 세대의 절반 이상에서 씽크볼을 반대로 시공해 놓는 등 아주 기초적인 것도 잘못 공사해 놓았는데, 보이지 않는 건물 벽 안쪽은 철근 누락을 했을지, 어떻게 공사해 놓았는지 입주민이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한 가구당 하자 건수가 평균 150건씩에 달하는데, 입주까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그 많은 하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라고 답답해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입주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과 만나 하자 관리 방안 등을 설명하고 보수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아파트 부실 시공·하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현대건설 시공)도 사전점검 당시 부실시공 정황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입주 예정자 300여명은 지난달 16일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준공 승인을 거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시공사를 규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무책임한 부실시공을 묵과하지 않겠다며 하자 보수공사가 모두 완료된 뒤 입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오롱 하늘채가 시공한 '세종 하늘채 펜타리움'도 △지하 주차장 및 전유면적 누수 △거실·침실 창호 불량 △화장실 배수 시설 및 구배 미설치 등으로 많은 예비 입주자들의 부실시공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문제 된 부분은 100% 보수 완료돼 현재 정상 입주 진행 중이다"라며 "발생한 하자는 시행사의 설계 오류이며 회사는 설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빠른 입주를 위해 회사가 보수 처리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지속 반복되는 원인은 정부가 빠른 주택 공급을 권장하는 터라 과거부터 주택 시장이 '질'보단 '양'에 집중해왔고, 아파트 착공 전 이미 입주자를 모집한 뒤 공사가 진행되는 '선분양' 제도 등으로 공급자 중심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아울러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 원가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시공사는 도급사에 일을 주게 되는데, 통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저가 공사비를 제시하는 업체에 해당 공사를 맡기게 된다. 하도급사들은 적은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기술자보다는 값싼 인력과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게 되고,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등 결국 안전과 품질 이슈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 현장 노동자 2511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실시공의 원인(중복응답) 1위는 도급 문제 관련(73.8%)으로 나타났다. 이어 △무리한 속도전(66.9%) △부실 감독·감리 부재(54.0%) 등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신축 아파트 사전 점검 대행업체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금액은 20~50만원대이며, 눈대중으로만 파악했던 수직·수평 이상 유무를 레벨기로 정확히 재 볼 수 있고, 열화상 카메라로 난방기나 배관 등에서 발생하는 이상 발열을 식별해 누수 등 하자를 찾아낸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전문 장비를 동원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살핀다는 측면에서 호응이 좋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성장 위주로 가다 보니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며 "선진국형 건설업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단순 시공뿐 아니라 안전 관리나 건설의 시행 관리, 감리 등 종합산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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