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론디노네가 만족한 공간 '뮤지엄 산' 작품 보따리 펼쳤다
우고 론디노네가 만족한 공간 '뮤지엄 산' 작품 보따리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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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투 샤인 전 개최...국내 최대 규모
(사진=김무종 기자)
우고 론디노네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원주) 김무종 기자] 서원주 인근 산 속에 고요히 자리 잡은 뮤지엄 산. 우고 론디노네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을 총체적으로 제공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은 분절돼 여기저기서 전시되곤 했다.

뮤지엄 산은 오는 9월 18일까지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으로 번투샤인(BURN TO SHINE) 전을 개최해 40점을 선보인다. 산 속이지만 원주와 가깝고 오크밸리 리조트 안에 자리잡고 있어 잠재 고객은 충분하다. 서울과도 수도권과 같이 지리적으로 가깝다. 광주-원주고속도로 서원주IC를 빠져나오면 금방이다.

“나는 마치 일기를 쓰듯 살아있는 우주를 기록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계절, 하루, 시간, 풀잎 소리, 파도 소리, 하루의 끝, 그리고 고요함까지.”

-우고 론디노네

사진=서울파이낸스)
우고 론디노네의 번투샤인 전이 오는 9월 18일까지 원주 뮤지엄 산에서 열린다. (사진=서울파이낸스)

그는 자신의 작품 메시지를 전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서울 아닌 원주의 한 산속을 택했다.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에는 백남준 관처럼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 자신의 작품 4미터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을 넣었다. 그는 현대미술계의 대표주자 중 한명이지만 부처가 명상하는 석굴암을 만든 그와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성찰을 추구하는 그의 예술 혼으로 동양적 정서적 흐름도 엿보인다. 더욱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마감석 파주석은 태고(太古)의 의미를 이루니 안도 다다오와도 자연스레 협업을 이룬 셈이다.

하영준 뮤지엄산 학예교육실 선임이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이번 전시에서 핵심은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의식과 현대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 영상 번투샤인(실제 촬영 장소는 모로코의 한 사막)이지만 원주 지역 1000명의 5~13세 아이가 참여한 플로팅 큐브가 눈길을 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콘트리트와 같은 회색 사면이 좁은 복도를 이루지만 비밀은 그 안에 있다. 큐브의 아래 열린 공간을 통해 겸손한 자세로 들어가면 아이들 시각의 태양과 달을 볼 수 있다. 입구에는 '감사합니다' 이름으로 황재희를 비롯한 참여한 아이들의 이름도 일일이 열거했다.

대표작 번투샤인은 그가 2022년 아트바젤 파리 개막 전야제에서 처음 선보인 영상 작품이다. ‘빛나기 위해 타오르라’는 뜻의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난 그의 연인 존 지오르노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 삶과 죽음의 공존에 대한 불교의 격언이자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그리스신화의 불사조를 연상시킨다.

박소영 TV조선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박소영 TV조선 기자가 8일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우고 론디노네 작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우고 론디노네는 8일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미래와 아이들을 위한 메시지”임을 언급하며 그의 다소 심오하고 추상적인 작품이 지난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은 말 그대로 뮤지엄 산의 지향하는 바, 그리고 그 공간과 딱 어울린다. 작품이 산이 되고 산이 작품이 됐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는 풀또기가 반겨주는 뮤지엄 산에서 마지막 동선 무위 공간에 이르면 우리는 '수녀와 수도승' 작품을 마주하며 자연 앞에 어떤 존재인가 다시 생각하며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도 있겠다.

산에서 형형색색의 말들을 발견한다면 바다와 같은 수평선도 찾아보자.

(사진=김무종 기자)
우고 론디노네 '수녀와 수도승' (사진=김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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