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호황기엔 30% 이익 증가에도 최대 12.6% 인상
CEO와 연봉 격차도 20배 가까이···임금 인상률도 차이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과거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여겨지던 '건설맨'들이 제자리걸음 수준인 연봉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업황 악화로 연봉 인상폭이 축소된 것은 물론, 이전 호황기에도 영업이익 대비 낮은 인상률이 적용된 탓이다. 여기에 최고경영진(CEO)과 직원 간 연봉도 최대 20배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타 업종 대비 큰 임금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의 2021년부터 3개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삼성물산 직원 평균 연봉(1억3600만원)과 인상폭(8.8%)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 2022년에 이어 3년 동안 업계 1위를 지킨 것이다.
직원 연봉은 삼성물산에 이어 △현대건설(1억500만원) △GS건설(1억400만원) △포스코이앤씨(1억200만원) △대우건설(1억원) △현대엔지니어링(9900만원) △DL이앤씨(9000만원) 순으로 높았다. 임금 인상률은 △대우건설(6.4%) △포스코이앤씨(4.1%) △현대건설(4.0%) △GS건설(2.0%) 순이었다.
7개사 중 연봉이 가장 낮은 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직원 평균 임금을 동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3.5% 가량 급감한 데다 중대재해사고 등 잇딴 악재가 뒤따른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2년간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부동산 시장 불황 등 업황 악화 속에서 건설사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은 전년보다 모두 축소됐다. 7개사 중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인 삼성물산의 2022년 연봉 평균은 1억2500만원으로, 2021년도(1억1300만원) 대비 10.6% 올랐는데 지난해 인상률과 비교하면 2.2%포인트(p) 떨어진 수준이다.
이 가운데 인상폭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포스코이앤씨다. 지난 2022년 이들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는 연봉 인상률이 12.6%(2021년 8700만원→2022년 9800만원)로 가장 컸으나 지난해 4.1% 인상에 그치며 증가 폭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전년 직원 연봉(8400만원→9400만원)을 11.9% 두자릿수 인상한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연봉 인상폭이 5.5%포인트(p) 줄었고, GS건설의 연봉 인상률은 7.4%(9500만원→1억200만원)에서 5.4%p 감소했다.
지난해 건설사 평직원 연봉 인상률이 업황에 따라 대폭 축소된 것과 달리, 2021년 사상 최대 분양 시장 호황으로 건설업이 개선된 당시에도 건설업계의 평균 임금은 영업이익 상승분과 비례해 크게 오르지 못했다. 2021년 건설사 영업익 증가율은 30~40%에 달했으나, 전년도 업황이 반영된 2022년 임금을 보면, 두자릿수 이상의 인상폭을 보인 곳은 포스코이앤씨 12.6%, 대우건설 11.9%, 삼성물산 10.6% 뿐이었다.
당시 고공행진 한 CEO 연봉과 비교했을 때 격차는 더욱 크다. 7개사 중 3개년 동안 CEO 자리를 지킨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마창민 DL이앤씨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의 2022년 연봉은 전년보다 적게 23%에서 많게 76%까지 상승했다.
당시 가장 인상폭이 높았던 CEO는 마창민 사장으로, 2021년(6억500만원)보다 75.7% 상승한 10억6300만원을 받았다. 기본 급여만 보면 5억83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28.6% 늘었으나, 상여금 2억9200만원 등이 포함돼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는 회사 안팎으로 잇딴 악재로 상여금이 반영되지 않아 27.3% 감소한 7억7300만원을 수령했다.
윤영준 사장은 2022년 순수 급여만 2021년(10억8000만원)보다 65.8% 오른 17억9100만원으로, 당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는 DL이앤씨와 함께 유이하게 연봉이 7.3% 감소한 16억6100만원(급여 10억1200만원, 상여금 6억4700만원, 기타 200만원)을 수령했다.
한성희 사장은 2021년 6억6100만원보다 56.0% 오른 10억3100만원을, 같은 기간 오세철 사장은 22% 상승한 13억2600만원을 탔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한 사장은 전년보다 30.6% 오른 13억4600억원을, 오 사장은 49.0% 인상된 19억7600만원을 받았다.
20배에 달하는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물론, 임금 인상폭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올해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20대 그룹 소속 상장사 162곳을 대상으로 임원과 직원 간 평균 연봉 차이를 분석한 결과 평균 11배 차이를 보였는데, 건설사 재계 순위가 주요 대기업 계열사 대비 낮은 것을 고려하면 타 업종 대비 연봉 격차도 큰 셈이다. 이는 결국 건설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영인이 실적에 비해 과도한 연봉을 가져간다면 문제지만 회사 경영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와 목표에 따라 적절한 수준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마다 기준이 다르고 사업부별 실적이나 개별 임직원마다 퍼포먼스가 각기 다른데 직원 전체 평균 연봉과 CEO 연봉을 놓고 인상폭을 비교하긴 어렵고, 꼭 비례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