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KBO 중계 사고'···'쇄신보다 안정' 임원인사 도미노 효과?
'티빙 KBO 중계 사고'···'쇄신보다 안정' 임원인사 도미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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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 최주희 대표, 콘텐츠 특성 이해 부족?···모기업 책임론 제기
'흑자전환' 급한 티빙, 잇따른 중계 사고 브랜드 이미지 타격···CJ ENM도 영향
CJ ENM 센터 전경. (사진=CJ ENM)<br>
CJ ENM 센터 전경. (사진=CJ ENM)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프로야구에 야심차게 베팅하며 반등을 노린 티빙이 되려 역효과를 맞고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티빙의 부실한 중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실상 CJ그룹의 인사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 24일 프로야구 롯데와 SSG 경기를 중계하던 중 9회말 동점 상황에서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티빙은 "송출 시스템 조작 실수로 약 1분여 가량 중계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과했다.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시범중계와 미디어데이에서도 자막 송출 오류와 화면 끊김 등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12일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주말 내내 쏟아진 기사는 물론 팬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다 들어가서 보고 하나하나 모니터링 했다"며 "본 시즌 개막에 맞춰 반드시 제대로 된 중계서비스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막 이틀만에 또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표이사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6월 티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최주희 전 트렌비 비즈니스 총괄 대표를 티빙의 신임 대표이사로, 김지원 전 매스프레소 최고운영책임자를 엠넷플러스 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CJ ENM에 따르면 최 대표는 국내 OTT 업계 최초 여성 CEO로 콘텐츠 및 이커머스 기업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이끌어 온 플랫폼 사업 전문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월트 디즈니 코리아에서 아시아 및 한국 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 준비를 담당했다. 이후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이커머스 플랫폼 ‘트렌비’의 비즈니스 총괄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프로야구 2024~2026년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입찰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프로야구 중계는 최 대표 선임 이후 첫 대형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러나 CJ ENM 안팎에서는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CJ ENM 소속의 한 관계자는 "티빙은 (최 대표 취임 이후) 새로운 비전과 사업기조하에 쇄신을 단행했고 대부분의 기존 리더들이 차례 차례 물갈이 됐다"며 "콘텐츠, 마케팅, 서비스 기획·개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핵심인력들이 줄퇴사한 뒤 그 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콘텐츠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혹은 새대표의 측근"이라고 지적했다. 

티빙은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중계권에 1200억원을 베팅하며 분위기 반등을 노렸다. 대형 드라마 콘텐츠보다는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로 장시간 구독자를 묶어 실적 개선을 노리려고 한다는 게 티빙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이어 개막 이틀만에 중계사고가 발생하면서 티빙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 상황에서 중계 품질까지 저하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4일 티빙 프로야구 중계 도중 롯데 대 SSG 경기가 9회말 동점 상황에 송출이 중단돼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사진은 티빙 프로야구 중계 페이지 캡쳐. (사진=여용준 기자)
24일 티빙 프로야구 중계 도중 롯데 대 SSG 경기가 9회말 동점 상황에 송출이 중단돼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사진은 티빙 프로야구 중계 페이지 캡쳐. (사진=여용준 기자)

이처럼 티빙에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구창근 CJ ENM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구 대표는 2022년 11월부터 CJ ENM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 대표는 2010년 CJ그룹 기획팀 상무로 합류해 CJ푸드빌과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 대표는 이재현 CJ 회장의 측근으로 올리브영의 실적 개선과 CJ푸드빌 체질 개선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CJ ENM 대표이사로 합류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화사업에서는 2022년 9월 '공조2: 인터내셔널'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없을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문'이나 '외계+인' 등 대작 영화들이 큰 실패를 거두면서 영화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티빙은 CJ ENM의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열쇠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CJ ENM은 매출 4조3683억원, 영업손실 146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영화·드라마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적자 흐름을 주도했으며 티빙이 포함된 미디어·플랫폼 부문도 전년 대비 11.6% 매출이 줄어들었다. 

CJ ENM은 "피프스시즌과 티빙 등 신성장 사업의 이익 개선과 음악 사업부문의 고성장에 힘입어 턴어라운드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2024년에는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통한 티빙 경쟁력 제고, 피프스시즌의 프리미엄 콘텐츠 딜리버리 확대, 신규IP 기반 글로벌 음악사업 가속화를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빙에 공급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플랫폼 실적 개선이 사실상 CJ ENM의 실적 개선을 위한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이처럼 티빙 실적 개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재현 회장이 구창근 대표를 신임한 것이 악재로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지난달 임원인사를 통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CJ제일제당 대표로,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를 CJ대한통운 대표로 선임했다. 

통상 재계 임원인사가 11~12월에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면 CJ그룹의 임원인사는 크게 늦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오랜 고민 끝에 쇄신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4분기까지만 해도 CJ ENM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이 영화·드라마 부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41.4% 줄어들며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티빙에 닥친 악재로 미디어·플랫폼 부문 반등까지 더뎌진다면 CJ ENM에게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티빙은 지난해와 올해 초 '운수 좋은 날'과 '이재, 곧 죽습니다', '크라임씬 리턴즈' 등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토종 OTT 1위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프로야구의 잇단 중계사고가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줘서 경쟁력 확보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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