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실적 악화 속 주주환원 행보···"기업가치 지키자"
건설업계, 실적 악화 속 주주환원 행보···"기업가치 지키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 건설사, 1년 새 평균 영업이익 23.5% 하락했지만 배당 줄인 곳은 없어
회사의 재무 건전성 알려 증권업계 신뢰 회복·기업 가치 지키기 위한 조치
"주주환원, 기업 지속가능성에 꼭 필요···다만 재정 여건 감안해 조절 필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지난해 건설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건설사들이 주주환원 행보를 보이며 기업가치 지키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알리고 증권업계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한다. 다만, 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기업의 여건을 감안한 단계적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대형 건설사 7곳(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의 총 영업이익이 1년 새 23.51% 하락했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8%이며, 중견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수주 기회가 더 적었던 만큼 수익성도 더 부진했다.

그러나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은 2023년 결산 기준 배당금 발표에서 1년 전보다 배당금을 올리거나 유지했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이들의 주요 주주환원 정책은 크게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상향 두 가지로 나뉜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일부를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발행 주식 수가 줄면 1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올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건설사 중에선 삼성물산이 금액 규모가 가장 컸다.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 보통주 591만8674주(약 7977억원)와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보통주를 감자를 통해 188만주, 기타 주식(우선주) 15만주도 소각해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이어 DL이앤씨가 발행주식 총 수의 7.6%에 해당하는 자사주 294만주(약 1083억원)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번 소각은 DL이앤씨가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DL건설과 주식을 교환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서 이로 인한 주주 가치 희석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견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도 자사주 70만5630주(약 188억·발행주식의 2.3% 비율) 전량을 일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일반적으로 건설사 주식은 고배당주로 여겨지지 않지만,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일부 건설사들이 배당금을 늘린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올해 배당금 수준을 결의한 건설사들의 시가배당률을 기자가 분석한 결과 배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아이에스동서였다. 2월 29일 종가 기준 5.43%(보통주 1주당 1500원)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3.52% △현대건설 1.72% △삼성물산 1.62% DL이앤씨 1.35% 순이다.

배당 성향 변동을 살펴보면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배당이 없다가 올해 배당을 재개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현금배당 비율을 늘려왔다. 특히, 오는 2026년까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배당금 대비 올해 보통주 당 250원(11%)을 늘렸고, 현대건설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DL이앤씨는 올해부터 3년동안 연결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2023년 결산 기준 배당금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주주 배당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GS건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결 조정 지배주주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2010년 이후 무배당을 유지했던 대우건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된 만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실적 악화에도 주주환원을 약속하는 것은 타 업종 대비 회복되지 않은 주식 가격에 건설사들이 증권업계로부터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실적 악화 시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 규모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나, PF 부실 우려 속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알리고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건설주는 안 그래도 PBR(주가순자산비율) 저평가 주식으로 취급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주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주주를 유치하기 위해 배당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의미 있는 주주 친화 정책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어 건설사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주환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에 꼭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고금리와 수익성 감소 등 건설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기업의 여건을 감안할 단계적 밸류업(value-up)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