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높아진 카드 연회비, VIP고객만 챙겨서야
[기자수첩] 높아진 카드 연회비, VIP고객만 챙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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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비가 수십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전에도 있었지만 실속 카드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신용카드사들 잇속 챙기기가 소비자들 빈축을 사고 있다. 

프리미엄카드는 대체로 항공·호텔·골프 등의 혜택을 강화했으며, 우월한 적립율과 혜택 등을 탑재했다. 일반카드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은 한번쯤 써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프리미엄 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선 대단히 유효한 전략이다. 카드이용액이 큰 VIP를 확보해 매출을 높이기 좋고, 연회비 수익도 쏠쏠하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환능력이 우량한 고객 비중을 높여 연체율 등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실제 작년 상반기 중 출시된 카드사의 평균 연회비는 약 8만3000원으로, 2022년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연회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VIP용 상품 출시도 잦았으며,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도 껑충 뛰었다.

반면 혜택이 많아 입소문 났던 알짜카드들은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단종된 카드만 460여종에 달하며, 그나마 남은 카드들도 리뉴얼을 명분 삼아 혜택을 줄이기 바쁘다.

필자의 한 지인은 학원비 혜택이 많아 즐겨 쓰던 카드가 어느새 단종됐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고객들이 해당 카드를 재발급할까봐 안내도 없이 단종시켰다며, 너무 배려가 없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고객 입장에선 혜택을 위해 프리미엄 카드로 갈아타야 하지만, 높은 연회비가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씀씀이가 너무 커질 것 같아 지레 포기했다거나, 혜택이 줄자 소비도 줄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카드사들 역시 할 말은 있다. 거듭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데다,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불어났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민간소비도 줄고 있어, 내실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할부 수익이다.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면서, 할부 수익이 전년보다 36%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나 가맹점수익이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장세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들의 혜택을 줄여 만든 결과로만 보인다.

수익 추구 이면에 소비자 외면이 장기적으로 카드사에 어떤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VIP를 위한 혜택을 늘린 만큼, 주머니가 얇은 고객군을 위한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신민호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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