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순위니 안전하다"는 안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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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선순위니 괜찮아요."

기자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해서 증권사에 물으면, 들려오는 답변이 마치 서로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답변이 흘러나온다. 

물론 부동산 본PF에서 선순위를 가장 먼저 상환해야하니, 중·후순위보다 안전하다는 사전적으로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게 지금 부동산 시장이다. 

일단 본PF 대출에서 엑시트 분양률은 선순위가 60%, 중·후순위는 70%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금융사들의 평균 부동산PF 분양률이 48.6%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39.6%, 33.5%에 그친다. 즉, 선순위여도 엑시트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후순위보다는 낫다고 여길지 모른다. 선순위는 안전하기만 할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위험성을 미분양 주택 수를 지표로 삼으면 안된다고 지적한 적 있다. 건설사가 땅은 가졌지만 사업을 진행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땅에서 부동산 선순위로 들어간 금융회사는 어떻게 될까. 상황이 계속 악화돼 부도가 나는 건설사가 사업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순간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땅을 떠넘겨 받아야 할 곳은 선순위 채권단이다. 다시 땅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면 된다지만, 누군가 포기한 땅을 누가 쉽게 가져 갈리가 있겠는가. 팔리는 순간까지 회사에 안길 부담이며, 팔리는 순간에도 처음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릴 수 밖에 없는 굴레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선순위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 곳도 많아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문제로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원들의 싸움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이 때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공사는 유치권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예정 기한 내 건물 준공)을 했을 경우 원금 회수를 위해 선순위 채권단이 증액을 요구한 공사비를 직접 부담해 유치권을 풀어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선순위로 들어간 증권사가 돈을 받기 위해, 다시 돈을 써야하는 것이다. 

"올해 실적은 부동산 싸움입니다." 한 증권사 임원이 던진 이 말은 얼마나 부동산 부분에서 덜 손실을 보느냐가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에 도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선순위니 안전하다'는 다소 안일한 답변은 접어둬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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