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마련도 힘든 '저출산의 희망' 90년대생
[기자수첩] 주택마련도 힘든 '저출산의 희망' 9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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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0.72명. 지난해 대한민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해 0.7명대가 무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역사상으로 마지막 연간 70만명 이상 태어나며 저출산 반등의 희망으로 떠오른 1990년대 초반생들은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애는 무슨···"이라며 출산은커녕 결혼부터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세대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다양하지만 단 한가지 '주거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 주택 가격이 1% 상승하면 최장 7년 간 합계출산율이 0.014명 감소한다. 불안한 주거환경은 출산율을 떨어뜨리며,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서는 결국 주택가격이 적정 수준에서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직장인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마저도 월급을 한푼도 안 쓰고 꼬박 모았을 때 얘기다. 30대 근로자 평균 연봉 4263만원(국세청 2022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통계 기준)을 기준으로 가정하면 각종 세금과 교통비, 통신비 등 각종 생활비를 포함하면 적금 하나 들거나 재테크로 목돈을 불리기도 빠듯하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주택 청약제도를 개편했지만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기준과 자산 요건을 갖춰도 날로 높아지는 분양가 때문에 청약 도전은 쉽지 않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평균 분양가는 1평(3.3㎡)당 3500만원, 국민평수 84㎡ 기준 11억원을 넘어섰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이른바 '금수저' 뿐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약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고금리, 고분양가에 수요가 줄어들며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지방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청년들에게 미분양으로 남아도는 집 한 채씩 주면 되지 않겠나. 먹고 살 문제가 해결돼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라고 지적한다.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면 마냥 허황된 말은 아니다 싶다. 물론 미분양의 지역적 한계와 기존 분양자들과의 형평성 등 벌써 다양한 걸림돌이 예상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국가소멸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받아든 상황인 만큼 일자리, 주택, 교육, 보육, 나아가서는 생계비 안정 등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인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가 있는 가정에 더 많이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주택 면적도 넓힐 수 있는 '주거 사다리'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가 소멸한 국가에선 기업도 사람도 살아남기 힘들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처럼 이제라도 세심하고 치밀한, 그리고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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