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콘크리트로 '탄소·비용' 잡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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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줄이고 고로 슬래그 등 산업 부산물을 활용
"축적 데이터 많지 않아 상용화엔 시간 더 필요"
저탄소 콘크리트 실험체 제작(타설) 과정.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저탄소 콘크리트 실험체 제작(타설) 과정.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사들이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원가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저탄소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시멘트를 줄이고 대체제와 혼합해 콘크리트를 만들거나, 콘크리트 생산 중에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혼합물에 주입해 영구 제거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먼저 대체제를 섞어 친환경 콘크리트를 만드는 방식은 적절한 재료를 찾는 것과, 적절한 혼합 비율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시멘트를 5%만 사용하고도 기존 콘크리트 대비 동등 이상의 강도를 발현하는 '저탄소 수화열 저감 콘트리트'를 개발했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고로 슬래그'가 80% 이상 포함됐고, 강도·내구성을 높이는 첨가제가 일부 사용됐다. 

시멘트가 일부 섞인 물은 알칼리성을 띠는데, 이 성질이 고로 슬래그와 만나면 수화열이 30% 이상 낮아져, 균열이 적게 발생하는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다. 

이 시멘트는 K마크 획득과 기술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와 롯데캐슬 인피니엘 등 현장에 사용됐다.

저탄소 콘크리트를 제조할 때 대체제로 사용되는 고로 슬래그는 특성이나 만드는 환경이 시멘트와 유사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도 시멘트의 70% 수준으로 낮다. 

또 고로 슬러지가 포함된 저탄소 콘크리트는 염분의 침투 속도가 크게 줄어들어 균열 등에 강하다. 이 같은 특성 덕에 건설사들은 건물의 상부보단 하부 공사와 파일 시공 등에 사용한다.

최근 대우건설도 그간 현장에서 기초 공정에만 사용했던 자체 개발 저탄소 콘크리트를 아파트 전체 공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개발된 이 콘크리트는 맞춤형 배합 시스템을 통해 1㎥ 당 시멘트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넘게 줄이는 대신 조강 슬래그시멘트를 배합해 강도 지연과 품질 하자 문제를 해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저탄소 초고강도 콘크리트 파일(말뚝)을 개발했는데, 파일에 시멘트 대신 무수석고와 제철슬래그를 배합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4% 수준으로 줄였다. 강도가 기존 파일보다 높아 시공 수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공사 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가둬 탄소배출량은 줄이고 강도는 높이는 기술도 개발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캐나다 카본큐어에 750만달러를 투자하고,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다. 강도가 높아진 만큼 시멘트 사용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내부에 저장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70% 가까이 낮아지는 효과도 따라온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Eco-crete(에코크리트)', 'CF50', 'CF60', 'CF70' 등 저탄소 콘크리트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이는 시멘트와 산업부산물 등 재료 배합 비율과 이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수준을 나타내는 숫자로 추정된다. 앞서 2022년에는 '무(無)시멘트 콘크리트'를 개발했고, 지난해 말 이 기술을 적용한 보도블록을 개발하고 본격 생산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로 주 재료인 시멘트 등 자재를 생산하거나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며 "최근처럼 철광석과 시멘트 등 건설 필수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 기술 선진화로 자체 사업의 활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탄소 감축과 친환경 건축물 인증 등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서 건설사들이 자체 친환경 건설재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좋은 상황"이라며 "다만 일반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에 비해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어떻게 받을지, 수명이 얼마나 갈지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은 만큼 저탄소 콘크리트 상용화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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