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KT, 새 대표 선임에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 논란···왜?
[초점] KT, 새 대표 선임에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 논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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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카이라이프 신임 대표이사에 최영범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법무실장·경영지원부문장·감사실장 등 주요 임원에 검사 출신 인사 임명
김영섭 대표 역량 의구심 제기에 "섣부른 평가 일러...경영 긍정 시그널도"
KT 광화문 사옥. (사진=KT)
KT 광화문 사옥.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T의 핵심 그룹사 중 하나인 KT스카이라이프 신임 대표에 최영범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 내정되며 KT의 '정권 낙하산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논란은 KT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영섭 대표의 경영능력까지 언급되며 전선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신임 대표이사에 최영범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 전 홍보수석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1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최 전 수석은 1985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뒤 1991년 SBS에 합류, 보도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8년 효성그룹 홍보실장을 거쳐 2022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의 이번 신임 대표 선임을 두고 KT에서 시작된 정권 낙하산 논란이 핵심 계열사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섭 대표 체제 출범 후 KT가 부사장 등 고위급 임원에 검사 출신 3명을 선임한 데 이어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까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을 임명했다는 이유다.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정권 부침에 따라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다, 강국현 전 대표와 김철수 전 대표에 이어 현 양춘식 대표까지 통신 및 방송 전문가들이 맡았다. 이번 최 대표 낙점으로 양 대표는 임기 1년의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앞서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해 11월 첫 임원 인사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사건을 담당한 검사 출신 이용복 변호사를 법무실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홍보단장을 맡았던 임현규 전 부사장은 2013년에 이어 다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이달에는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에 검사 출신인 허태원 변호사를, 감사실장(전무)에 특수부 검사 출신인 추의정 변호사를 각각 선임했다. 지난 2022년 9월 검사 퇴직 후 KT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던 A씨는 공직자윤리위에 취업제한 결정을 받기도 했다.

최 전 수석의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 시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단 점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보도 기능을 가진 HCN의 대주주로, 사실상 언론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 새노조는 최근 논평을 통해 "최영범 씨가 계열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며 "낙하산 논란이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정권 낙하산 집합소의 오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 대신 정권 낙하산 인사를 대거 등용하는 모습을 두고 김영섭 대표가 회사의 발전보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보신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최근 LG유플러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수 회복, 소비자 가치 제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와 같은 규제 대응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된 KT스카이라이프 역시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감소했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최근 KT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두고 "총선 결과와 관계 없이 현 정권의 레임덕(임기 만료 전 권력 누수)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현재 인사를 보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지 우려된다. 과거 황창규 회장 시절에도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다 '국정농단의 부역자'로 찍혀 논란을 만들지 않았나"고 했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역대 CEO들과 달리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취임 당시만 해도 KT의 장기간 경영공백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통신전문기업으로서 도약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지지부진한 행보에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도 나온다. 

실제 이석채 전 회장은 탈통신 기조로 렌털 등 비통신 사업 확장을 시도했으며, 황창규 전 회장은 통신 본업으로의 회귀를 외치며 기가 인터넷에 주력, KT렌탈과 KT캐피탈 등 부실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구현모 회장 역시 AI·로봇, 디지코(DIGICO) 사업과 같은 비전이 있었다.

김영섭 대표의 경우 취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섣부른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내부 관계자는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 '디지털 혁신 파트너'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의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며 "(김 대표) 취임 이후 리벨리온(AI) 330억 등 투자, 선택과 집중, 자회사 ENA 호조, 3만원대 5G 중간요금제 등에다 최근의 주가 신고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해 비전 부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다른 KT 내부 관계자는 "역대 KT CEO를 보면 방향이 잘못됐을지언정 자신만의 명확한 비전과 발전 방향이 었었는데, 현장에서 봤을 때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에는 기존 사업에 대한 비용 절감 외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경영 혼란에 대한 수습 기간으로 봐주기에는 그마저도 크게 해결된 것이 없어 내부에서는 '2년만 하다 갈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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