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진출 2년···현대차, 일본서 이번 만큼은
[기자수첩] 재진출 2년···현대차, 일본서 이번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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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일본에 재진출한 지 1년 11개월이 지났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1018대. 월평균 44대를 파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세계에서는 800만대가 넘는 판매 대수를 기록하며 K자동차의 위상을 높였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목표를 향한 방법의 오류에서 찾아볼수 있다. 일본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우선시되는 보수적인 나라다. 특히 여러 소비재 가운데 비싼 편에 속하는 자동차는 영업점에 가서 시승을 해보고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는 이를 간과했다. 영업점 방문을 꺼린다는 내부 조사 결과만 믿고 온라인 판매를 실시, 시작부터 우려를 낳았다. 온라인 판매는 소비자 접점이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중국 업체 BYD는 현대차보다 1년가량 늦게 일본에 진출했지만, 철저한 오프라인 전략을 내세워 작년 한 해 1511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BYD일본판매법인 BYD오토저팬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일본 전국 각지에 분포한 세일즈·서비스 네트워크는 17개다(현대차는 온라인 판매 보조를 위한 쇼룸 6개를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토후쿠지 아츠키 BYD오토재팬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세일즈·서비스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2025년까지 일본 내 100개의 세일즈·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저팬모빌리티쇼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왕촨푸 BYD 회장도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현대차는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은 입을 모아 "BYD와 달리 현대차는 일본에서 차를 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건 득보다 실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날 선 비판을 보냈다.

위기의식을 느낀 현대차는 이제야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대규모 시승 행사를 전개하는가 하면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오토살롱 2024에도 부스를 마련, 올해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을 선보였다.

장재훈 현대차 CEO는 재작년 초 일본 재진출 배경에 대해 묻는 일본 언론을 향해 "2009년 철수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과 자체 세일즈·서비스 네트워크가 아닌 미쓰비시차 세일즈·서비스 네트워크를 빌려 판매하려고 했던 점을 들 수 있다"며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만큼 이제는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의 결과로는 무엇을 자신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이제라도 일본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열도에 K자동차의 위상을 높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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