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투명하게"···뇌물 준 건설사, 2년 입찰 제한
"시공사 선정 투명하게"···뇌물 준 건설사, 2년 입찰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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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비리 시공사 제제···그간 '권고'에 그쳐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상품권·현금 등 뇌물을 뿌린 건설사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대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받는다. 지금도 수주 비리를 저지른 시공사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지만, '권고'에 그쳐 입찰 제한이나 과징금을 받은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는 등 수주 비리가 끊이지 않아 입찰 제한을 하도록 국회가 법을 고쳤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인 올해 6월께 시행된다.

기존 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고, 공사비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또 시·도지사는 해당 건설사에 대해 최대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가 아니라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다'는 권고 규정이어서 실제 입찰 제한 사례는 전무했다.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선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수십억원대 금품을 뿌렸다가 대거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조합원의 국내 여행비를 지원하고 고급 식당에서 밥을 사는가 하면 사업 제안서가 들어 있다며 태블릿PC를 준 뒤 돌려받지 않기도 했다. 금품 살포 때는 '꼬리 자르기'가 쉬운 홍보대행사를 내세웠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명단을 불법으로 확보한 뒤 일명 'OS요원'으로 불리는 홍보대행업체의 용역 요원을 동원해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별 홍보관에 조합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면서 선물이나 상품권을 주고, 시공사 선정 총회 때 조합원 표를 매수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개정 법은 수주 비리 건설사에 대해 '입찰 참가를 제한해야 한다'라고 입찰 제한을 의무화했다. 시·도지사는 1회에 한해 과징금으로 입찰 제한을 갈음할 수 있다. 입찰 참가 제한과 관련한 내용은 정비사업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현행 도시정비법의 제재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수주 비리가 끊이지 않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법안 통과에 뜻을 모았다. 이번 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이 좀 더 투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 도시정비법에는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재건축 단지의 상가 지분을 잘게 나누는 상가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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