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2월만 5만가구' 연말 공급 쏟아내는 건설사들, 이유는?
[초점] '12월만 5만가구' 연말 공급 쏟아내는 건설사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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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4만호 분양 예정···작년부터 미뤘던 물량 풀기
"금융비 증가···총선 등 이슈에 수요자 관심 어려워"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 물량을 대거 풀면서 ‘밀어내기 분양’이 쏟아진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미분양 급증 등 업황 악화에 건설사들은 공급을 축소해왔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업을 지체할 순 없기 때문이다. 내년 전망도 밝지 못한 상황에서 총선 이슈 등에 따라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등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 달에는 연내 처음으로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서 분양을 진행해 총 73개 단지, 5만4012가구(임대 포함)가 공급된다. 올해 들어 월간 최다 물량인 10월 3만2719가구를 훌쩍 뛰어넘는 물량이다. 올해 8829가구로 가장 적은 물량이 공급된 2월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12월 분양 예정 물량 중 4분의 1이상인 1만5519가구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와 미분양 급증 등으로 인해 미뤘던 공급을 연말에 털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주택 분양 물량은 28만7624가구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작년 상반기 대내외 경기 불황 조짐이 나오면서 4월 들어 공급 물량이 1만5000여가구로 급감, 작년 한 해 동안 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2만가구 안팎의 공급을 보이다가 지난해 9월(3만4000가구) 통상 수준인 3만가구를 회복했지만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2월 2만7000가구로 주저앉았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 더욱 심화하면서 올해 10월 기준 누적 물량은 14만2117가구로, 36.5%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월간 분양 물량은 1만가구 안팎 수준에서 등락을 보였으며, 올해 들어 2만가구를 넘은 달은 지난 6월(2만가구)과 10월(3만3000가구)뿐이다. 연내 5만여가구가 추가 공급되더라도 지난 5년간 평균인 30만가구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연말로 분양이 밀리는 경향이 있지만 연간 전체 물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물량 대부분 정비사업인데 원래 진행하던 사업들이 공사비 협상 등으로 지연되거나 엎어진 경우들이 있고 발주처에서도 신규사업을 줄이며 인허가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공급량을 줄여왔지만 내년까지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실정이다. 경기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 파리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분양이 더 미뤄질수록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개발 사업의 경우 모델하우스 임대료만 몇억에 달할 정도이며 개발 비용, 토지 활용 등 금융 비용에 따라 사업을 마냥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연말에 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시장에 청약 온기가 있을 때나 일정한 경쟁력이 유지될 때 분양을 해야 하는데 내년도 금리 불확실성이 있는 데다 선거 국면에는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올해 안에 밀린 물량을 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물량이 실적으로 모두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건설경기 어려움이 지속되는 만큼 공급 물량이 내년으로 또다시 이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10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5만8299호로 전월보다 2.5%(1507호) 줄었지만 이는 수요세 회복이라기보다 분양 물량 감소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24호로 전월보다 7.5%(711호)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1만호를 넘어선 것은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건설경기도 악화되면서 인허가, 착‧준공 실적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1∼10월 누계 인허가는 27만391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0% 줄었고 착공은 14만1595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2% 감소해 반토막 수준이다. 준공 역시 27만0960호로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다.

백세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정비 사업 진행이 지연된 곳들이 많은데다 고금리, 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돼 분양 사업성 확보가 어려웠고 건설사들이 공급물량을 연말까지 미뤘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단지 경쟁력에 따라 흥행 여부가 엇갈리는 양상이 계속되기 때문에 12월 계획된 물량 조차도 내년으로 이연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에 투자심리가 살아날 요인이 안보이는 데다 올라간 공사비나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도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지만 한없이 미룰 수도 없어 내년 계획 수립에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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