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안 그래도 힘든데···'노란봉투법·52시간 근무제'에 건설업계 '촉각'
[현장+] 안 그래도 힘든데···'노란봉투법·52시간 근무제'에 건설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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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도급 기업 근로자들도 원청 기업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가능해진다
간접 고용 비율 48.3% 인 건설업계는 지금보다 노사분규 발생 가능성 더 높아져
공기 연장으로 늘어난 비용 상쇄 위해 시행된 공법들이 결국 부실시공 만들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건설업계에선 '노란봉투법'과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가 화두다. 파업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업계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통상 건설업은 인력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인만큼 근로자의 파업이 사업의 공사 기간 연장으로 직결돼 공사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건설 공사비를 증가시키는 주 52시간제를 두고, 정부가 완전 폐지가 아닌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완화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시행 초기부터 52시간 근로제를 반대했던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하청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도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 조건 결정)를 가능하게 한다. 원청 기업이 해당 근로자의 근로계약 체결한 게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과정에서 발생되는 파업이나 공사 지연에 대해 원청은 책임과 손실 분을 노동자·노동조합에게 물을 수 없다. 즉,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사용자가 누군지 논란이 있더라도 원청이 하청 직원의 교섭요구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건설업은 한 공사 현장에 대해 수십 개의 하도급 업체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산업이다. 아울러 올해 8월 기준 전체 고용에서 간접 고용 비율은 48.3%를 차지하고, 건설업의 임금 근로자 162만명 중 절반 규모인 74만8000명이 비정규직이다. 현장에서 1년 내내 노사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도 충분히 높은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건설하도급분쟁조정 업무 담당자는 "실제 지금까지 파업에 대한 공기 연장에 대해 건설사가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례도 많지 않다"며 "작년 올해 건설 불법 파업 행위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해왔는데 이런 정부의 정책 기조와 노력들과 동력을 상실해는 조치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종합건설사는 간접적으로, 파업의 대상인 전문건설사 들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 예상한다"며 "업계에선 큰 부담을 넘어 위협이라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이해관계자들의 파업 등으로 지난해 수시로 공사가 중단됐다. 작년 6월에는 화물 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가면서 콘크리트 타설이 멈췄고, 7월에는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11월에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영구화 등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가면서 공사를 멈춰야 했다. 결국 시공사 삼성물산은 이들의 파업으로 올해 1월 조합에 2개월 가량의 공사 연장을 요청했다.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공사중단은 건설사업자(삼성물산)의 책임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봤다. 따라서 조합은 지체보상금 요구 없이 해당 공기 연장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파업으로 인한 입주 지연이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작년 전국 공공주택 건설 현장 244곳 가운데 174곳(71.31%)에서 공사 차질을 빚었다. LH에 따르면 건설공사 중단 시 건설사에 공사 기간 연장 간접비를 지급하고, 입주자에게는 지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당시 산정된 하루 피해액이 최대 46억원이었다. LH는 공기 연장을 발생시킨 화물연대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건설업계는 주 52시간제도 '완화' 또는 유연 근로제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연속 공정이 중요한 건설 현장의 특성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돼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공기연장으로 늘어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자재와 공법이 시행됐고 이는 결국 부실시공을 만들었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공사에 적용된 무량판 공법은 공식적으로 자재 절감과 함께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실제 LH는 무량판 공법으로 연간 751억원 사업비를 줄였다. 노동시간과 중대재해 등 관련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이 건설공사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과정이 결국 다시 안전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건설업에서의 파업은 특히 장비 쪽의 조합원들이 단체 협약체결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교섭을 위한 행위기 때문에, 이번 노란봉투법이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조업 등 보다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원·하청간 산업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불법 파업 행위를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많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과, 사업 혼란이 생긴 국내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 감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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