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광군제 등 '해외직구 대목'에도 카드사 조용한 이유는?
블프·광군제 등 '해외직구 대목'에도 카드사 조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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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결제 44.4% 늘었는데···해외직구 '대목' 속 이벤트 2건뿐
원인은 조달비용···3분기 실적악화로 마케팅도 축소 분위기
강달러, 소비 축소 등 영향···"이벤트 가뭄, 내년까지 지속"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 해외직구 성수기가 다가왔음에도 카드업계의 이벤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카드 해외 이용액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카드사 이벤트는 고작 두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이 폭증하면서 마케팅 여력이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며 해외직구의 이점이 떨어진 데다, 고물가 여파에 소비가 줄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지난 9월 기준 해외 이용실적(개인)이 12조3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카드와 하나카드의 해외 이용액은 각각 1조9220억원, 1조5575억원으로 1년 새 77.7%, 687%의 증가율을 보이며, 해외결제 강자로 올라섰다. 우리카드(22.9%)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 모두 해외결제액이 30% 이상 증가하는 등 해외결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카드 업계의 해외결제 관련 마케팅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대규모 해외직구 이벤트를 진행하는 카드사는 실질적으로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 두 곳뿐이다.

하나카드는 지난 1일부터 '드디어 돌아온 블프엔? 해외직구 블살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이벤트 기간 동안 알리익스프레스, 매치스패션, 마이테레사 등 인기 해외쇼핑몰에서 합산 50달러 이상 이용 시 포인트 적립이나 캐시백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배송비 할인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해외쇼핑몰에서 100달러 이상 결제시 11달러를 즉히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 외 타사들도 일부 해외쇼핑몰 대상 할인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 마케팅 규모는 적은 수준이다.

통상 11월은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24일) 등 대규모 글로벌 할인행사가 있어 해외직구의 대목으로 불린다. 특히 연말 성수기로 이어지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선 해외직구 마케팅에 한창 열을 올려야할 시기지만, 반대로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마케팅 축소 배경으로 업계에선 비용 상승을 꼽는다. 지난 3월 3.8%대까지 떨어졌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가 최근 5%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이며, 회사채를 비롯한 조달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에 카드 4개사의 3분기 순이익이 9871억원으로 1년새 23.2%나 감소했고, 카드사들은 영업 확장 대신 내실 경영으로 노선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3분기 기준 4개사의 이자비용이 1조17179억원으로 1년새 52.1%나 급증한 반면, 판매관리비는 13885억원으로 5.7% 증가에 그쳤다. 이 마저도 자체결제망 구축으로 비용이 13.3%나 증가한 우리카드를 제외하면, 판관비 증가율은 4.5%에 불과하다.

해외 결제액의 많은 부분이 여행을 통한 현지 결제에 집중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국감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 여행 지급액은 115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1% 급증했다.

일반 여행 지급액이란 유학·연수가 아닌, 여행이나 출장 목적으로 외국에 머물면서 숙박, 식사, 물건 구매 등에 쓴 돈을 말한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억눌렸던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여행지로 떠오른 일본의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지소비 비중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직구 수요가 축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하락세를 보이며 1260원선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중동전쟁이나 미 장기채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최근 1360원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해외 할인행사의 효과가 반감됐고, 해외직구 수요 역시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해외직구액이 전분기 대비 소폭(0.3%) 감소했으며, 특히 미국 대상의 해외직구액은 3.5%, 유로존 지역의 직구액은 10.6%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조달비용이 올라 업계 마케팅이 크게 축소됐다. 당시보다는 완화됐지만 높은 조달부담이 장기간 이어지며 업계 전반의 마케팅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높은 물가에 고객 지갑도 닫혀가는 분위기라, 최소 내년 초까지는 이벤트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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