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외압설’ IT업계로 불똥(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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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회장, KRX 이사장 공모 탈락 후 검찰 수사 줄이어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이팔성 외압’이 국내 IT업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지난 10일 검찰은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전산 장비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오라클의 국내 협력 업체인 데이터헤븐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데이터헤븐이 KRX의 IT자회사인 코스콤과 재하청업체 E사 관계자 등에게 리베이트 명목의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IT업체로는 지난 6월 같은 혐의로 한국유니시스가 압수 수색을 당한 뒤 두번째다.

문제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IT업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 검찰은 현재 한국오라클을 비롯, 코스콤·부산데이타시스템·삼성SDS·티맥스소프트·한국오라클·한국IBM·HDS·효성인포메이션·EMC 등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KRX 이사장 공모에서 탈락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외압 수사 논란이 KRX를 거쳐, IT업계로 불통이 튄 형국이다.

■‘저주의 시작’
이번 검찰 수사의 시작은 KRX에 이정환 신임 이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면서부터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당시 KRX 이사장에 공모했지만, 노조 측이 MB 측 인사임을 문제 삼으면서 1차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다.
 
이후 KRX는 이정환 이사장이 취임한 지 두달도 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로부터 부산본사와 서울사무소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과도한 경비지출이라는 이유에서다. 얼핏 보기엔 방만한 경영에 대한 감독 수순으로 보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KRX 이사장 자리에 정부 측근을 앉히기 위한 외압이란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KRX 차세대프로젝트에 참여한 IT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 첫번째 대상이 한국유니시스이며, 한국오라클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콤 또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노조위원장 등 3명이 5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리 여부를 떠나 검찰의 이번 수사가 ‘정부의 2차 외압’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내놓고 있다.

■IT업계 ‘전전긍긍’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9개 업체들은 모두 국내 IT업계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선두 업체다. 그런 만큼 수사가 확대될수록 IT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IT업계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검찰 수사의 창끝을 피해갈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사실 IT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각종 금품 및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것은 뿌리 깊은 관행으로 통용돼 왔다. 전세계 IT업계 1·2위를 다투는 HP와 IBM이 나란히 납품 비리에 얽혀 한 차례씩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검찰 수사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당초 검찰은 9개 업체에 대한 수사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한국유니시스 이후에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외압설에 휘말리던 검찰이 뚜렷한 혐의를 잡지 못한 채 수사를 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콤 노조의 대형 비리를 기점으로 검찰 수사는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업계의 분위기도 외압설은 점차 잊혀진 채, IT업체의 비리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향후 검찰의 수사가 이번 한국오라클의 압수수색보다도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KRX 차세대 ‘직격탄’
당장 타격을 입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단연 KRX의 차세대 프로젝트다. KRX가 진행 중인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가 이번 수사대상에 대부분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KRX 차세대의 시장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코스콤 측 사장이 공석인 것도 불안요소다. 코스콤은 정현태 사장을 임명했다가 자격 논란에 휩싸이며, 10일 만에 중도 사퇴하는 촌극을 빚었다. 현재는 사장 재공모를 진행 중이다.

KRX 노조와 코스콤 노조 간에 대립이 여전한 것도 걸림돌이다. KRX 노조는 코스콤의 경영 실태를 문제 삼고, 코스콤 노조는 경영 간섭이라며 맞서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KRX 차세대시스템팀 정창희 부장은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KRX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KRX 노조와 코스콤 노조의 대립도 프로젝트 진행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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